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제104회 총회가 열리고 있는 전북 부안 대명리조트 변산에 25일 새벽 한 외국인 여성이 도착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표정만큼은 평화로워 보였다. 캐나다 연합교회 에큐메니컬 국제부의 총괄 책임자 패티 탈봇(사진)씨였다.
그는 24일 아침 7시 평양을 떠나 베이징을 거쳐 16시간 만에 서울에 도착했고 곧바로 부안으로 내려와 방북 보고를 했다. 26일 탈봇씨를 만나 방북 뒷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북한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북한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을까.
탈봇씨는 “영양 결핍으로 아이들의 체구는 작았지만, 에너지가 느껴졌다”고 했다. 이 대답 안에 그가 방북한 이유가 있었다. 북한 주민들의 영양실조를 막기 위해 캐나다 자선단체인 퍼스트 스텝스(First Steps)와 함께 겨울이 오기 전 두유와 영양제 등이 공급됐는지 확인하는 게 방북 목적이었다.
퍼스트 스텝스는 캐나다 보건당국과 함께 북한에 필수 영양소를 공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10개 지역 아이들에게 하루 한 컵씩 두유를 공급하고 임산부·영아에겐 영양제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러나 대북 경제 제재로 지원 물품이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이 단체는 두유와 영양제 앰플 등을 넣은 대형 컨테이너 2개를 북에 보낸 상태였다.
14일 평양에 도착해 17일부터 23일까지 북한 당국이 제공한 작은 승합차를 타고 3000여㎞를 달렸다. 함경북도 혜산, 삼지연에 이어 강원도 원산, 통천 등을 찾아 아이들이 두유를 먹는 걸 확인했다.
그가 여독을 풀지도 못한 상태에서 기장 총회를 찾은 이유는 단순 명료했다. 탈봇씨는 “함경북도는 기장 교단의 뿌리가 있는 곳”이라며 “그곳에서 한국교회와 기장의 역할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길 원한다”고 했다.
그는 불안정한 남북관계 가운데서도 한국교회가 북한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확인했다고 했다. ‘협력’이었다. “북한은 저희가 교회라는 걸 알면서도 문을 열어줬어요. 한국교회가 직접 지원하기 어렵다면 해외 교회나 단체들과 함께 지원할 수 있습니다. 남북이 화해하려면 다양한 접촉점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하셨으면 해요.”
부안=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