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원로와 전문가들이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침체에 돌입했다’는 진단을 내놨다. 정부의 시장 규제 완화와 추가 금리 인하 등 정책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어두운 터널 속의 한국경제, 탈출구는 없는가’를 주제로 한 특별좌담회를 개최했다.
문재인정부 초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역임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현재 경제 상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현 상황은 실물위기라고 진단하며 “고통 정도의 면에서는 금융위기가 더 세지만 실물위기는 경쟁력 회복이 어렵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박근혜정부의 핵심 경제 브레인으로 창조경제 설계를 주도했고, 이번 정부의 경제정책 수립에도 역할을 했으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쓴소리를 해왔다. 결국 지난해 12월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직을 내려놓았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올해 성장률 전망이 2% 중반에서 2% 초반까지 하락하며 위기론마저 제기되고 있고, 일본형·아르헨티나형으로 경제불황의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과거 위기 극복의 동인이었던 수출과 기업경쟁력마저 최근 저하되고 있어 경제 반등을 위해 정책방향성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 상황을 “사실상 디플레이션을 비롯한 일본식 장기침체에 진입한 것”이라며 “경기침체형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기업매출과 자산가격이 하락하면서 추가적인 경기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 등 정부가 노동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면서 경기침체를 가속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성 교수는 “2017년 반도체 경기나 대외여건이 나쁘지 않았음을 고려한다면 2017년 3, 4분기의 경기수축 진입 시기에 소득주도성장이 정책의도와 별개로 노동비용 충격으로 작용해 경기하락 속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 정책이 노동자, 근로자를 위해 마련됐지만 결과적으로 자본의 안정적인 유입을 방해해 노동자의 경제적 여건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 교수는 “경기가 하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행된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에 추가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선진국들도 경기 불황에는 특허 제도를 느슨하게 운영했다”며 “세무조사, 공정위 조사 등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옥죄는 불필요한 조사를 한시적으로라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