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미·일 정상, 한·미·일 3자 안보협력 중요성 언급”

입력 2019-09-27 04:0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무역협상안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일본은 70억 달러(약 7조4000억원) 규모의 농산물 시장을 미국에 추가로 개방하고, 미국은 일본산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거나 없애기로 한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일본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관세 부과 여부가 다뤄지지 않아 일본에선 ‘일방적 양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미·일 정상이 논의했다는 한·미·일 안보협력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3일 열렸던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지소미아 종료 등 한·일 관계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지소미아 문제를 꺼내지 않은 것은 한·미 동맹의 균열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백악관은 미·일 정상회담 후엔 두 정상이 한·미·일 3자 안보협력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일 사이에 낀 트럼프 행정부의 고민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아베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부당하다고 호소했을 가능성이 크다. 겉으로 일본은 지소미아 종료가 자국 안보에 별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속내는 달라 보인다. 일본 당국이 최근 북한 단거리미사일 발사를 2차례 이상 탐지하지 못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한 것도 일본 정부 입장에선 아픈 대목이다.

이에 따라 백악관은 일본의 입장을 고려해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는 원론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수위의 표현은 한국 정부를 자극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백악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긴밀한 우정과 중추적 동맹을 재확인했으며 협력 심화 지속을 약속했다”면서 “두 정상이 이란과 북한 관련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양자 현안을 논의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미·일 정상의 북한 관련 논의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실무협상 재개 등 현 상황을 아베 총리에게 전달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한·미·일 북핵 협상 수석대표들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처음으로 24일 뉴욕에서 만나 북·미 실무협상 재개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이어 “두 정상이 1단계 미·일 양자 무역합의 서명을 자랑스러워했으며 가능한 한 빨리 포괄적 합의의 공동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모멘텀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뉴욕에서도 억지 주장을 이어갔다. 아베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한·일 관계가 안보 분야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면서 “일방적으로 (종료가) 통보돼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포함한 자유무역의 틀에 “완전히 일치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다른 나라와의 무역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아베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한·일 관계 악화의 배경이 된 징용 피해자 소송 문제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징용 소송에 따른 한일 청구권협정 위반 상태를 방치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책임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