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택시’가 시동을 걸었다. 합법적으로 서비스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그동안 평행선을 달리던 택시·플랫폼 업계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큰 틀의 합의를 일궜다. 정부는 입법 과정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기대한다. 하지만 플랫폼 사업 허가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하위 법령을 두고 업계 간 이견을 노출해 ‘장기전’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26일 택시-플랫폼 실무기구 2차 회의에 택시 3단체(전국택시연합회·전국개인택시연합회·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카카오모빌리티, VCNC(타다), KST모빌리티(마카롱택시)가 참석했다고 밝혔다. 당초 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던 전국택시노조연맹 측은 다른 일정 때문에 부득이 불참했다.
개인·법인택시 단체와 플랫폼 업체가 한자리에 모이기는 처음이다. 지난달 열린 1차 회의에선 법인택시 단체가 타다의 참여를 반대하며 불참했었다.
국토부는 택시·플랫폼 업계의 실무기구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1차 회의 이후 개별 협의를 진행해 왔다. 김현미 장관이 직접 각 업계 대표들과 만나 설득전을 벌이기도 했다(국민일보 2019년 9월 20일자 16면 참조).
정부는 이날 상생안을 담은 법안을 각 업계에 공식적으로 설명했다. 법안은 기존 여객운수법 내 운송가맹사업(가맹택시) 관련 조항을 ‘플랫폼 운송사업’으로 전환하는 걸 골자로 한다. 대부분이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생생안을 법안에 그대로 적용시킨 것이다. 택시를 줄이는 만큼 플랫폼 업체의 영업을 허가하는 방식(운송사업), 법인·개인택시가 쉽게 가맹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가맹업), 카카오T처럼 승객과 택시를 연결하는 중개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사업(중개업) 등 3개 유형의 플랫폼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정의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도 국토부 종합교통정책관은 “각 업계 및 전문가·소비자 단체에 상생안 필요성과 법안의 큰 틀을 설명했고, 모두 동의한다는 뜻을 비쳤다. 하반기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 의원 입법 형태로 개정안을 발의한 뒤 국회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국토부가 법안을 마련한 뒤 일방 통보한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추후 실무기구 논의 없이 법개정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법안을 우선 통과시킨 뒤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하위 법령을 별도로 만든다는 입장이다. 김 정책관은 “사업에 적용시킬 구체적인 하위 법령을 만들기 위해선 실무기구 회의 등 업계 간 소통이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위 법령을 만드는 과정도 쉽지는 않다. ‘택시 총량제’를 어떻게 서술하느냐가 관건이다. 상생안은 현재의 택시 면허를 플랫폼 면허로 치환하는 걸 전제로 한다. 정부가 택시 면허를 얼마에 얼마나 사들여서 어떤 플랫폼 업체에 몇 개나 배분해 운영을 허가할지 ‘방법론’을 명시해야 한다. 타다 측이 택시 면허를 획득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업계 간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또한 우버 같은 해외 플랫폼 업체들이 국내 택시 면허를 독식하는 걸 막는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일종의 ‘심의위원회’를 만들어 원활하게 택시 면허 총량을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가 택시 면허를 사들일 때 투입하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확정해야 한다.
김 정책관은 “플랫폼 업체가 사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정부가 택시 면허를 최대한 확보할 것”이라며 “다만 이를 실행할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