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해외 최첨단 군사기술을 습득하는 통로로 자국 기업을 활용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군민융합(軍民融合)’을 명분 삼아 외국 기업과 합작한 중국 기업에 방위사업 입찰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의 첨단 기술이 중국군 현대화에 악용될 수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는 25일(현지시간) 중국의 국방력 강화 전략인 군민융합의 위험성을 환기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C4ADS는 “군민융합은 외국 기술을 중국의 군사기술 공급망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며 “민감 분야의 외국 기업이 의도치 않게 중국 군사력 강화에 기여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군민융합은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군산복합체 육성 정책이다. 미국에 열세인 첨단 군사 기술 습득을 위해 민간기업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드론과 인공지능(AI) 등 민간의 최첨단 기술을 무기 개발에 응용하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WSJ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애슐리 포드 미 국무부 차관보는 최근 군민융합 관련 강연에서 텐센트, 알리바바, 화웨이, 바이두 등 중국 기업과의 거래에 따른 기술 유출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C4ADS는 군민융합 관련 중국 기업 1665개를 표본으로 삼아 분석해본 결과, 절반 이상의 거래가 미국 및 동맹국과 이뤄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 가능한 이중용도 품목의 경우 미국이 가장 많았고 일본, 독일, 한국, 프랑스 순으로 뒤를 이었다.
C4ADS는 중국해군 납품업체인 베이징 하이랜더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예로 들었다. 이 업체는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라오닝함 건조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랜더는 2016년 미 해군 납품업체인 수중기술 전문 캐나다 기업 오션웍스를 인수했다. 이듬해 캐나다 당국은 기술 유출을 우려해 하이랜더 측에 오션웍스 지분을 처분하라고 지시했다. 오션웍스의 전직 경영자는 미 해군 관련 정보를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