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으니 터졌다… 이강인, 강렬한 첫 골

입력 2019-09-27 04:05
이강인이 26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프리메라리가 6라운드 헤타페와의 홈경기에 첫 선발 출전해 전반 39분 리그 데뷔골을 넣은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건 모르죠 아직. 시즌이 시작하지 않았으니.”

이강인은 새 시즌을 앞두고 스페인 출국을 준비 중이던 7월 1일 ‘발렌시아에서 설 자리가 없지 않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강한 어조로 이같이 답했다. 최고의 무대에서 직접 부딪쳐보겠다는 뜻이었다.

이강인은 두 달 만에 자신의 말을 증명해 보였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첫 선발 경기에서 데뷔골을 터뜨렸다. 발렌시아 역사상 외국인 최연소 득점자이자 최초의 아시아인 득점자로 이름을 올리며 구단 역사를 새로 썼다. 득점 외에도 팀의 모든 골에 관여하는 특급 활약을 펼치면서 앞으로 중용 가능성을 높였다.

이강인은 26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프리메라리가 6라운드 헤타페와의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2-1로 앞서가던 전반 39분 리그 데뷔골을 기록했다. 로드리고 모레노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연결한 빠른 땅볼 크로스에 오른발을 갖다 대 절묘하게 돌려놓으며 골망을 갈랐다.

4-4-2 포메이션의 왼쪽 윙어로 뛴 이강인은 앞선 두 골 상황에서도 기점이 됐다. 전반 30분 이강인이 상대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가 수비수를 맞고 나오자 막시 고메스가 오른발 바이시클킥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4분 뒤엔 이강인이 공간으로 찔러준 패스를 다니엘 파레호가 크로스로 연결했고, 다시 고메스가 헤더로 골을 넣었다. 발렌시아는 그러나 이강인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후반 두 골을 허용하며 3대 3으로 비겼다.

경기 중 드리블하며 패스를 줄 공간을 찾고 있는 이강인의 모습. Penta Press연합뉴스

18세 218일만에 리그 데뷔골을 기록한 이강인은 모모 시소코(18세 326일·프랑스)를 제치고 발렌시아 역대 외국인 최연소 득점자가 됐다. 이강인은 또 구단 최초의 아시아인 득점자이자 셀타 비고에서 뛴 박주영(2013년) 이후 스페인 리그에서 골을 넣은 두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축구 통계전문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경기 후 이강인에게 멀티골을 넣은 고메스(8.1점)에 이어 팀에서 두 번째로 높은 평점 7.3점을 줬다. 발렌시아도 이날 공식 홈페이지에 “이강인이 다시 엄청난 잠재력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스페인 엘 문도도 “이강인이 메스타야(발렌시아 홈 구장)를 놀라게 했다. 공을 잡는 매 순간 경기장은 환호했다”고 보도했다.

이강인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라운드에 들어설 때마다 팀이 이겨 승점 3점을 얻는데 도움을 주려고 했다”면서 “득점을 올려 팀에 도움이 돼 기쁘지만 우리가 목표로 했던 승점 3점(승리)을 가져오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좋다.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전 감독 밑에서 6분(리그 1경기)밖에 뛰지 못한 이강인은 알베르트 셀라데스 현 감독에겐 신임을 얻고 있다. 셀라데스 감독 밑에서 벌써 126분(3경기)을 뛰었을 정도다. 축구전문매체 골닷컴에 따르면 셀라데스 감독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강인은 (부임 후) 모든 경기에 출전해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의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이강인에 대한 신뢰감을 표시했다.

리그 데뷔골로 인해 대표팀에서의 선전도 기대되고 있다. 이강인은 지난 5일 조지아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가졌다. 대표팀은 다음 달 10일과 15일 스리랑카·북한과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치른다. 오는 30일 발표할 대표팀 명단에 이강인이 포함된다면 대표팀 첫 골 도전에도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