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을 펼치는 게 아니라 태블릿PC를 접고 다니는 느낌

입력 2019-09-29 19:39
갤럭시 폴드를 펼친 모습. 화면을 3개로 나눠 각각 메일, 지도, 일정 앱 등을 띄워놓고 작업을 할 수 있어서 효율적이다. 삼성전자 제공

처음에는 ‘펼쳐봐야 화면이 커질 뿐’이라는 생각이었다. 실물을 보기 전까지는 폴더블폰을 만드는 게 기술적 난이도가 높을 뿐 사용자에게 무슨 가치를 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게 느낌표로 바뀌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처음 갤럭시 폴드(이하 폴드)를 펼치는 순간 느낌이 왔다. 눈 앞에 펼쳐진 대화면은 스마트폰이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다는 걸 확인시켰다. 폴드는 처음 나온 1세대 제품임에도 예상했던 것보다 완성도가 높았다.

며칠간 폴드를 사용한 소감을 요약하면 ‘폰을 펼치는 게 아니라, 태블릿PC를 접고 다닌다’는 것이다. 폴드는 펼쳤을 때 화면 크기가 7.3인치다. 웬만한 태블릿PC와 맞먹는 크기다. 최대 3개의 앱을 동시에 띄워 놓고 쓸 수 있어서 사용성이 좋다. 특히 유튜브 같은 앱은 스마트폰에서 다른 앱을 실행시키면 재생이 중단되는데, 폴드는 3개의 화면 중 하나에 계속 띄워두고 다른 앱을 사용할 수 있어서 영상이 중단되는 일이 없다.


폴드의 화면 비율은 전면 카메라 부분을 빼면 4대3에 가깝다. 삼성전자가 폴드 출시 전에 구글과 협의를 통해 앱 최적화에 공을 들인 덕분에 어떤 앱을 실행해도 화면이 어색하게 나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게다가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태블릿PC 화면 비율이 4대3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따로 최적화하지 않아도 앱은 화면에 잘 맞는다. 시원한 화면 덕분에 전자책을 읽거나, 웹서핑할 때 시각적 만족감이 상당했다. 동영상을 볼 때는 다른 스마트폰처럼 화면을 돌리지 않아도 꽉 찬 화면에서 크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삼성전자가 폴드에서 공을 들인 것 중 하나는 연결성이다. 폴드는 닫았을 때도 전면에 있는 4.6인치 디스플레이로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대부분 기능을 쓸 수 있다. 폴드를 닫은 상태에서 전면 디스플레이로 카톡을 보내다 화면을 열면 쓰던 카톡 화면이 그대로 뜬다. 웹서핑, 동영상 재생, 지도 검색 등 모든 기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반대로 연 상태에서 쓰다가 닫으면 기본적으로는 앱이 종료된다. 닫는다는 행동이 작업을 종료한다고 해석하는 게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대신 닫을 때도 작은 화면에서 앱을 계속 연결해서 쓰고 싶으면 설정을 통해 계속 사용할 수도 있다.

폴드는 무게가 276g으로 갤럭시 노트10+의 196g보다 무겁다. 접어서 들고 다니면 묵직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휴대하기가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 무게 자체는 많이 나가지만 무게 배분을 잘한 덕분에 성인 남성이 들고 다니기에 무거움을 느끼는 정도는 아니다.

폴드는 여러모로 미래의 스마트폰이라는 확신을 심어줬지만, 아직 대중화하려면 넘어야 할 관문이 있다. 무엇보다 내구성에 대한 우려가 든다. 접었다 펴는 제품의 특성상 파손·변형 등에 대한 걱정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이건 며칠 사용해보고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아니기에 최소 6개월 이상 시간이 지난 후에도 폴드 사용자들이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야 검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폴더블 폰 기술 자체가 아직 초기 단계고 소재도 개선될 점이 많기 때문에 다음 모델은 1세대 폴드보다 여러모로 완성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폴드를 사용해본 많은 사용자가 폴드에 S펜을 부착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보다 내구성과 사용성이 더 개선되고 S펜까지 달고 나온다면 폴드는 진짜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