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대표적 연고기업인 아시아나항공까지 다른 대기업으로 넘어가면 호남기업은 씨가 마르게 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주력사인 아시아나항공을 국민기업으로 전환하거나 호남기업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광주 지역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6월 출범한 ‘아시아나항공지키기광주시민대책위’와 광주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최대주주(33.5%)인 금호산업과 매각 주관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 절차에 들어가 유수의 대기업들이 매각참여를 본격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현재 적격 예비 인수후보(쇼트리스트)가 4곳으로 좁혀든 상황이다. 국내 2위 항공사로 77개 노선을 운항 중인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되기 위해 대기업들은 물밑에서 본입찰 등 인수전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아시아나항공을 대기업에게 헐값 매각하는 것은 호남기업 발판을 흔들고 다른 기업에 특혜를 베푸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거액의 국민세금을 들인 기업을 손쉬운 M&A(인수합병)를 통해 재벌에게 넘겨주려 한다”며 “특혜에 가까운 매각 작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금호아시아나는 광주·전남의 대표적 향토기업으로 지역민의 지속적 성원을 밑거름으로 성장해왔다”며 “금호아시아나가 심장이나 다름없는 아시아나항공을 빼앗긴다면 경제민주화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1990년대까지 재계 서열 10위권을 유지하던 호남 대표기업 금호아시아나는 지난해 기준 4개의 상장회사에 총 자산 11조4000억원, 매출 9조7000억원으로 28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간 주력계열사 아시아나항공까지 넘겨줄 경우 60위권의 중견기업으로 밀려나게 된다.
지역 상공인들도 “부실경영 책임은 물어 마땅하지만 경제논리와 명분에만 몰입해 알짜기업을 무조건 팔아넘기는 것도 온당치 않다”는 반응이다.
지역 관가에서도 “광주은행과 금호타이어에 이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소식에 대한 지역민들의 불안과 탄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무엇보다 광주·전남의 열악한 경제사정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2018년 사옥매각 등을 통한 자구노력에도 고유가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반면 금융채무는 일반대출 5000억원, 항공기 리스비용 1조3000억원 등 3조4000억여원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데다 채권단의 자금지원 중단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