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전격적인 미국 뉴욕 유엔총회 참석과 한·미 정상회담 개최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다시 본궤도에 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북한을 향해 신뢰와 긍정적인 메시지를 줬고,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적극적 관여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특히 한·미 정상이 ‘싱가포르 합의 정신 유효’ ‘북한과의 관계 전환(transform)’ 등의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면서 ‘대화의 문’ 앞에 서 있는 북한을 강하게 협상 테이블로 견인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는 미국 측의 발표문에 ‘transform’이라는 단어가 사용됐다는 것에 고무된 분위기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정상회담 후 발표문에서 “한·미 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전환해 70년 가까이 지속된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할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은 청와대와 발표문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북한을 향해 보다 적극적인 대화 자세와 성과 도출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transform’이라는 단어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주변에서도 ‘의외의 표현’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역시 이 단어를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청와대는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모두발언 중 “북한에 대한 행동(action)을 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도 군사행동 대신 협상을 분명히 천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는 유엔총회에서 문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를 국제평화지대화하자”고 제안한 것 역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동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진전될 경우 미국 역시 북한이 원하는 안전보장 및 제재 완화 조치에 있어 ‘통 큰’ 양보를 할 가능성이 있다. 안전보장 방안으로 거론되는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가 이뤄질 수 있고, 더 나아가 상호 불가침선언이 포함된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논의가 시작될 수도 있다. 아울러 북한이 히스테리컬하게 반응해온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나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등이 더 축소될 개연성도 있다. 북·미 협상이 잘 되면 남북 관계도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등 세 정상의 신뢰 관계가 여전하다는 것도 좋은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 배경이다. 실무협상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거친 비판과 밀고 당기기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세 정상 간에는 신뢰가 튼튼하다는 것이다. 비핵과 협상 과정이 ‘하노이 노딜’을 거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다시 실무협상으로 돌아온 것도 세 정상의 신뢰가 크기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의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새로운 방법’, 북한이 밝힌 ‘새로운 계산법’ 사이에서 전격적인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대목이다.
중재자 역할을 해온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신뢰가 한층 두터워진 점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고민정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뒤에 예정된 약속에 구애받지 않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가장 마지막 시간으로 회담 일정을 잡았다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양 정상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게 청와대의 평가다.
뉴욕=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