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에서도 ‘욱일기 논란’ 확산

입력 2019-09-26 04:06
작년 10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이타마 현의 육상자위대 아사카 훈련장에서 열린 자위대 사열식에 참석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내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서 전범기인 욱일기의 경기장 반입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에 대해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욱일기 반입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일본 정부와 극우 언론은 궤변을 늘어놓으며 이를 묵살하고 있다.

일본 도쿄신문은 25일 ‘올림픽과 욱일기… 반입 허용의 재고를’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욱일기가 구(舊)일본군의 상징으로 사용됐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게다가 일본 국내에서도 여전히 욱일기가 군국주의와 국가주의의 상징으로 등장한다”고 지적하며 올림픽에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신문은 특히 “역사적 경위가 있는 욱일기는 경기장 반입 허용 자체가 주변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대회의 성공을 위해서도 (정부에) 재고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양심’이라 불리는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도 전날 한국에서 열린 한 출판기념회에서 ‘욱일기 논란’과 관련해 “일본 국민 스스로가 문제를 제기했어야 한다”고 꼬집은 바 있다.

욱일기는 과거 일본군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전쟁 등에서 전면에 내세운 깃발로 일본 제국주의와 동일시돼 왔다. 그럼에도 일본 자위대가 욱일기를 아직 공식기로 쓰는 등 일본은 욱일기 사용을 막지 않고 있다. 독일이 나치의 상징 문양인 ‘하켄크로이츠’ 사용을 금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가 최근 욱일기를 반입 금지품으로 규정하는 일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발표해 논란을 자초하자 국제사회는 들끓고 있다. 우리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1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 앞으로 장관 명의 서한을 보내 욱일기 사용 금지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는 한국의 일방적 주장이 국제사회에 확산되는 일을 막으면서 욱일기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알리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적반하장식 주장을 펼쳤다. 일본 정부 역시 “욱일기는 대어기(풍어를 기원하는 깃발) 등으로 민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어 정치적 선전으로 볼 수 없다”며 국제 여론의 경고를 무시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이 9년 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자국민들에게 “욱일기는 과거 역사를 상기시키는 물건으로 사용 시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고 이용 자제를 요청했던 것과는 전혀 동떨어진 논리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