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내게 말을 걸어오는 그림이 있다. 나 역시 오랫동안 이 그림에 의문을 품어왔다는 얘기와 같다. 보면 볼수록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난처한 그림이었다.”
저자가 “난처한 그림”이라고 명명한 그림은 바로 저 작품이다. ‘연평초령의모도’라는 제목이 붙은 저 그림은 조선 시대 실학자 박제가(1750~1805)가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목은 ‘어린 연평이 엄마에게 의지해서 살다’로 해석할 수 있는데, ‘연평’은 청나라에 맞선 명의 장수 정성공을 가리킨다. 저 그림은 엄마와 어린 연평의 모습이 각각 아래와 위에 나란히 등장해 ‘모자도’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1790년 베이징’은 연평초령의모도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파고든 역작이다. 책을 쓰게 된 건 저자가 품은 궁금증 때문이었다. ‘청의 문물을 동경하던 박제가는 왜 청에 저항한 사람을 그렸을까’ ‘몇몇 학자가 위작이라고 말하는 이 그림은 정말 가짜일까’ ‘이 그림엔 무슨 이유에서 전문 화가가 그린 부분과 어색하고 서툰 실력의 붓질이 동시에 존재할까’….
저자는 연평초령의모도의 뒷이야기를 캐기 위해 10년 넘게 한국 중국 일본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오랜 연구 끝에 박제가 혼자서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렇다면 저 그림은 도대체 박제가가 누구와 그린 것일까. 왜 저런 작품이 탄생했을까.
저자는 그림 한 점을 놓고 풍성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독자에 따라서는 재미난 추리소설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독자들은 그 옛날 조선의 문화에 갑갑해하면서 대륙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꾼 박제가의 삶을 되새기게 될 것이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