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저서 ‘오래된 미래’로 유명한 스웨덴 출신 국제 환경운동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25일 국내 시민 활동가들을 만나 “도시 내 지역사회 확산을 서둘러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호지는 서울 은평구 친환경 카페 ‘비전화공방’에서 “경제 성장주의에서 생태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선 서울이 도시 내 지역사회를 늘리는 데 힘 쏟고 있긴 하지만,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농작물과 에너지 등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작은 공동체(마을·동·구)를 빨리 늘려야 한다는 뜻이다.
대표적으로 지역사회에서 생산한 음식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역농산물(로컬푸드) 운동을 독려했다. 지역농산물은 국가별 운송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소비자는 안전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호지는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이미 전 세계적으로 지역농산물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호지는 인간·동물·식물·기후 등 환경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대표적 생태주의자다. 현재 경제성장에 기초한 세계 자본주의체제를 다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근대의 대형 공장식 식량·에너지 수급방식 대신 소규모 농작·친환경 발전 등 ‘지역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구한다.
호지는 “대규모 농업에는 많은 사람의 노력이 깃들어 있는데, 단지 기업 로고로 대체된다”며 “현대 노동자들은 기계에 매달려 악조건에서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경제시스템이 사람에게 얼마나 해를 끼치는지 봐야 한다”며 “정당한 일자리를 만드는 데 세금이 쓰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땅값이 비싼 대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게 현실성이 있느냐는 지적에는 “대부분 국가 지도자들이 그런 식으로 기존 경제적 관점으로만 보기 때문에 대규모 농장이 전 세계 인류를 먹여 살리는 데 훨씬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환경오염 측면을 고려하면 결코 효율적이지 않다”고 했다.
인터뷰는 전기를 전혀 쓰지 않는 카페인 비전화공방에서 이뤄졌다. 음료를 보관할 냉장고도, 내부를 밝힐 전등도 없다. 서울이라는 큰 도시에서 목가적이고 안락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호지는 “나도 이곳처럼 전기가 아예 없는 곳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며 “그곳 사람들은 집·옷·음식을 대부분 자연에서 구하는데 그들보다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호지는 26일 서울시청에서 ‘국내총생산(GDP)을 넘어 생태적 전환으로’를 주제로 열리는 ‘서울 전환도시 국제 콘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한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