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홍콩 경제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하루 숙박료를 1만원까지 낮춘 호텔이 등장했다. 금융계의 소형 증권사들이 잇따라 파산하고 있고, 최대 번화가 빌딩의 공실률도 10%에 육박하는 등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홍콩 호텔업계는 도심 시위가 16주 동안 이어지면서 객실 점유율이 큰 폭으로 떨어져 생존위기에 몰리자 빈 객실을 장기임대나 매매용으로 전환하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5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칭이 지역에 있는 윈랜드 호텔은 하루 숙박비로 최저 9달러(1만원)에 객실을 제공한다고 여행사이트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이 호텔의 이전 최저가격인 지난해 3월의 하루 26달러에 비해 65.7% 낮아진 것이다.
3성급인 이 호텔 광고에 따르면 조식과 무선 인터넷 서비스 등을 포함한 바다 조망 객실의 월 요금은 762달러(91만원)로 비슷한 크기의 아파트 월세보다 저렴하다. 홍콩섬 코즈웨이베이의 아파트를 개조해 만든 2.8평짜리 방은 한 달 월세가 1084달러(129만원)에 달한다.
오볼로 호텔 창업자인 준주왈라는 “홍콩의 모든 서비스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며 “최소 1년 이상 호텔 요금에 대한 면세와 호텔산업 지원자금 조성, 관광객 인센티브, 호텔 대출금 이자면제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홍콩의 호텔 객실 점유율은 연간 30~40%로 하락했고, 일부는 20%대까지 떨어졌다”며 “우리 호텔의 일선 직원들은 조만간 근무시간 단축, 임금 삭감, 심지어 정리해고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기업 ‘미들랜드 IC&I’에 따르면 홍콩 최대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의 1087개 점포 중 102개가 비어 지난달 공실률이 9.4%를 기록했고 내년에는 공실률이 11%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명품 브랜드 프라다도 내년에 코즈웨이베이의 대형 매장을 폐쇄할 예정이다. 미들랜드 관계자는 “무역전쟁에 위안화 약세, 시위 사태가 겹치면서 내년에는 4개 핵심지구에서 600개 이상의 빈 점포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호텔이나 산업용 빌딩을 아예 주거용으로 개조해 이 기회에 홍콩 주택난을 해소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매그니피션트 호텔의 윌리엄 청 회장은 “중국 본토 관광객 급감으로 타격을 입은 산업단지의 빌딩이나 호텔 등을 리모델링해 장기임대하거나 주거용으로 판매하도록 허용하면 홍콩 주거난도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젊은이들의 주거난이 심각하기 때문에 호텔 객실에 주방을 만들어 한 달 이상 장기임대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며 “산업용 빌딩이나 호텔을 주거용으로 개조하면 50만개 이상의 주거공간을 곧바로 공급해 홍콩의 주택난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 위기와 관련해서 올해 홍콩에서는 13곳의 소형 증권사가 파산했는데 이 중 10곳은 지난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가 본격화한 후 파산했다고 SCMP가 전했다. 이는 지난해 1년간 폐업한 증권사(7곳)의 배 가까운 숫자이고 지금까지 사상 최대였던 2013년의 11곳을 넘어선 것이다. 홍콩 시위 영향이 홍콩 금융계도 강타한 셈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