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조국 수사’ 관련 발언은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 상식을 비틀고 허물어가며 억지를 논리인 양 포장해 말하고 있다. 24일 유튜브에 쏟아낸 말은 자기모순의 함정에 여러 번 빠졌다.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의 학교 컴퓨터 반출을 두고 증거인멸이 아닌 증거보전을 한 거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압수한 뒤 증거를 조작할 수 있어서 하드디스크 복제품을 만들어둬야 했다는 것이다. 원본과 해시값 등을 대조해 동일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재판에서 디지털 증거로 인정받지 못하는 기초적 사실관계를 무시한 채 ‘검찰=증거 조작 집단’으로 규정해 버렸다. 검찰이 디지털 증거를 그렇게 조작할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난 정권을 겨냥했던 국정농단·사법농단·적폐청산 수사도 의심하고 부정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당시에는 검찰의 증거 관리에 아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다가 조 장관 수사에서만 통상적인 압수수색을 증거 조작 과정으로 오염시키려 하고 있다. 상대편을 수사하는 검찰은 정의롭고 내 편을 수사하는 검찰은 부당하다는 이중적 사고에 불과하다. 그는 검찰이 조 장관 부인의 공소장을 변경하면 당초의 공소장은 허위 공문서 작성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소장도 변경됐는데, 그럼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한 검사도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것인가?
유 이사장은 조 장관 부인의 구속 여부가 수사의 정당성을 가리는 잣대라고 주장했다. 구속은 수사의 방식일 뿐 유무죄의 기준이 아니라는 상식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 상식이 뿌리 내리도록 앞장서야 할 지식인 입장에서 스스로 상식을 저버렸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정치검사’라고 비난한 건 대통령을 모욕하는 발언이기도 했다. 윤 총장은 두 달 전 문 대통령이 발탁해 임명했다. 여당도 인사청문회에서 그를 지키는 데 앞장섰다. 이제 와서 내 편을 수사한다는 이유로 그를 정치검사라 하면 대통령이 검찰 개혁 한다면서 정치검사를 수장에 앉혔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그의 말은 이렇게 수사 절차의 신뢰를 훼손하고, 사법체계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퍼뜨리고, 대통령의 안목까지 폄훼했다. 내 편을 지키겠다는 진영 논리에 매몰돼 무리한 주장을 펴느라 벌어진 일이다. 잠자코 있는 게 낫겠다.
[사설] 유시민의 궤변
입력 2019-09-26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