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8K TV 공방전, 코덱으로 번졌다

입력 2019-09-26 04:04
LG전자 TV소프트웨어플랫폼개발실장 이강원 상무가 25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LG 시그니처 올레드 8K’ TV에서 유튜브 사이트의 8K 영상 재생 기능을 시연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LG전자의 8K TV 공방전이 ‘코덱’으로 번졌다. 코덱은 디지털 신호를 영상이나 음성으로 변환해주는 장치로 TV나 스마트폰 등에서 동영상을 재생할 때 필요하다. 특히 고화질 영상의 경우 압축률이 높은 코덱이 필요한데 8K 해상도를 지원하는 코덱은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한 단계다.

LG전자는 자사 8K TV 구매고객에게 8K 영상 재생을 위한 ‘업그레이더’를 연내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25일 밝혔다. 업그레이더를 설치하면 초고화질용 코덱인 AV1, VP9 등을 지원해 유튜브에서 8K 영상을 볼 수 있다고 LG전자는 설명했다. 또 업그레이더는 HEVC 코덱도 지원해 삼성전자 8K TV와 동일한 환경에서 8K 영상을 볼 수 있다. LG전자는 내년에 출시하는 8K TV 신제품에는 HEVC, AV1, VP9 등의 코덱을 내장해 8K에 대응할 계획이다. LG전자는 8K TV를 출시할 때만 해도 별도의 코덱을 TV에 넣지 않았다. 아직 8K와 관련한 표준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가 8K TV를 시연하는 과정에서 LG전자 TV가 HEVC 코덱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비교하자 즉각 반격에 나섰다. LG전자 관계자는 “8K 해상도와 무관한 이슈를 경쟁사가 제기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자사 제품에 대해 불신을 갖게 하고 해상도라는 논의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LG전자 제품도 8K 영상 재생이 가능하다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정확히 전달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8K 영상이 재생되지 않는 것이 알려지자 뒤늦게 별도의 외부장치를 연내에 제공하겠다고 하는 것은 현재 판매되는 제품은 8K TV가 아님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LG전자를 비난했다. 또 유튜브 8K 재생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유튜브와 호환 코덱에 대해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양사가 하루가 멀다고 날 선 공방전을 이어가는 것은 TV 판매량과 무관치 않다. 최근 들어 OLED TV가 다소 주춤한 상황이고,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QLED TV 판매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OLED가 LCD보다 한 차원 높은 기술이라는 점을 내세우지만, 판매 확대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게 한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QLED TV 연간 판매량이 545만1000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269만2000대보다 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반면 OLED TV는 지난해 251만4000대에서 올해 300만대로 19.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이번 전망은 기존 전망치를 재조정하면서 QLED와 OLED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IHS는 QLED 판매량을 490만대에서 11% 많은 545만1000대로, OLED는 315만대에서 8% 감소한 300만대로 예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