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은 답방설 호들갑 떨 일 아니다

입력 2019-09-26 04:05
미국 뉴욕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24일 국내에서는 난데없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설이 돌았다.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이나 북한 체제 보장 문제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는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와 상충돼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뉴스의 발원지는 국회 정보위였다. 여야 정보위 간사들이 회의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김 위원장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 참석 여부를 물었더니 국정원에서는 비핵화 협상 진행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서 부산에 오지 않겠느냐고 본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혜훈 정보위원장에 따르면 국정원의 답변은 “북핵 협상에서 진전이 있으면 김정은의 답방이든 뭐든 가능할 것”이라는 내용이었으며, 오히려 부정적인 함의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다음 날 “국정원이 뜬금없이 김정은 답방설을 흘린다. 조국 덮기용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를 선거전에서 북한 관련 뉴스를 흘려 득표율에 작위적 변화를 일으키려는 ‘북풍’과 연결시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답방은 지난해 9·19 평양 공동선언에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명문화된 사안이다. 답방이 성사된다면 그 자체로 남북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만하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도 2000년 6·15 정상회담 때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으나 결국 성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 최고지도자 방남은 그 성사 가능성에 일희일비하고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다. 남북 신뢰의 주요 척도가 될 수는 있겠지만, 답방이 이뤄진다고 해서 북한 비핵화가 저절로 완결되거나 체제의 적대성이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 남북 관계는 정치 이벤트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작은 규모라도 경제 협력을 진전시켜 신뢰를 쌓아가고 점차 북한을 개방으로 이끄는 방향으로 진전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차분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남북 모두의 과제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공동 대응마저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