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년 목사의 ‘예수 기도’ 레슨] “오늘도 은혜로 살았습니다” 주기도문으로 고백하며 하루 마감하길

입력 2019-09-26 00:07

프랑스 빈민의 아버지로 불렸던 아베 피에르는 인생이란 ‘사랑을 배우는 과정’이라 말했다. 사랑할 줄 모르고선 제대로 된 인생을 살 수 없단 이야기이다.

사랑은 어떻게 하는가. 무엇보다 사랑은 사귐이다. 서로를 알아가며 깊은 교제를 쌓는 것이다. 그것이 쌓일수록 서로의 친밀함도 점점 더 깊어간다. 마침내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그야말로 그는 내 안에, 나는 그 안에 머무는 관계가 되는 것이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 자라면 응당 하나님과 이런 관계를 누려야 한다. 바로 기도를 통해서 말이다. 우리는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사귐을 나눈다. 하나님을 알아간다. 하나님께 속삭인다. 그분이 내 안에, 나는 그분 안에 거하며 평안을 누리고 신비한 힘을 얻는 것이다. 일찍이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이런 풍성한 관계를 누렸던 영성가 잔느 귀용의 고백을 들어보라. “하나님과 하나가 될 때 주님 안에서 안식을 누리게 되고 놀라운 방법으로 모든 신비를 계시받고 가르침을 받게 됩니다.”

주기도로 드리는 밤의 기도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쉬지 않는 기도를 통해 오랜 시간 하나님과의 사귐을 쌓아가야 한다. 내 안에 거하시는 그분을 느끼며 때마다 친밀함을 나눠야 한다. 이를 위해선 먼저 정시기도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세 번, 아침과 정오와 밤에 시간을 정해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이다. 정시기도 중에서도 밤의 기도에 대해 생각해보자.

밤은 분주했던 일과를 마치고 하루를 갈무리하는 시간이다. 무엇이든 마침이 중요하다. 이 중요한 시간에 평상시 우리는 무엇을 하며 보내고 있는가. 혹여 중요치 않은 뭔가로 허비하고 있진 않은가. 이제 하루의 끝자락을 하나님께 드리자. 지나간 하루 베푸신 은혜에 감사하고 주님 뜻대로 살지 못한 것은 회개하며 어두운 밤 잠든 동안의 모든 것을 위탁하고 허락하실 새날을 소망하며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 마음의 준비, 환경의 준비를 끝냈다면 주기도문을 중심으로 이렇게 기도해보라.

“아, 오늘도 은혜로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주께서 행하신 모든 일에 찬양과 영광을 돌립니다. 주 뜻대로 살기에도 부족한 하루이건만 제 연약함으로 실수한 것 있사오니 키리에엘레이손, 주여 저를 긍휼히 여기소서. 이 밤에 주께서 친히 가르치신 기도로 간구하오니 받으시옵소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주기도 생략)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아버지의 것입니다. 오, 주 하나님, 저의 힘으로 불가하오니 보혜사 성령의 능력으로 이 밤에도 주의 나라, 주의 뜻 이뤄지게 하소서. 아멘.”

예배드리는 데 익숙한 이들은 주기도를 그저 예배 중에나 외는 것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주기도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직접 가르치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고도 위대한 기도다. 이 기도에는 하나님을 향한 모든 찬양과 간구가 들어있고, 인간을 위한 모든 필요와 요청이 들어있다. 그래서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성경의 모든 거룩한 기도들이 주기도문에 포함돼 있다”고 말하며,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서는 “우리의 영혼과 몸에 필요한 모든 것”이 이 기도문에 담겨 있다고 명시했다.

무엇보다 주기도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향해 드리는 자녀의 기도이다. 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을 나의 아버지로 고백하며 필요와 요청을 아뢰는 것이다. 더구나 이 밤 내가 잠든 사이에도 사랑하는 가족들, 교우들, 지인들, 병고에 신음하는 이들, 나라와 민족, 온 세상에 ‘주의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임하도록 기도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위대한 시간인가.

그러므로 밤마다 경건하게 무릎 꿇고 주기도로 기도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복되게 하루를 마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천천히 내용을 곱씹으며 기도해보라. 우리가 주기도로 기도할 때 하나님께는 영광이요 우리에게는 평안이며 이 땅에는 주의 나라와 뜻이 이뤄지게 될 것이다.

주여 제가 잠든 동안에도

나눔 화가로 널리 알려진 작가 박영의 그림 중에 ‘기다리는 아버지(사진)’라는 작품이 있다. 그림 속 아버지는 호롱불을 밝힌 채, 밤 깊도록 홀로 쭈그리고 앉아 자식을 기다리고 있다. 도무지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자식을 생각하며 애를 태우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신 하나님의 모습이라는 사실이다. 우리의 아버지 되신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우리가 나아오기를 기다리시며 기대하고 계신다.

망설임 없이 아버지께 나아가라. 우리의 하루를 살피신 하나님께서 이 밤에, 아니 내일도 함께하실 것이다.

“오, 자비하신 하나님 아버지, 오늘 나를 보호하여 주심에 겸손히 드리는 나의 감사를 받으시고, 주의 친절하심을 보여주시고 밤 동안에도 나를 보호하여 주소서… 내가 평안하게 휴식했다가 주를 섬기겠다는 열망으로 아침에 힘차게 깨어나게 하소서.”(존 웨슬리)

<김석년 서울 서초성결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