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법원 “존슨 총리 ‘의회 정회’는 불법”

입력 2019-09-25 00:28
출처=가디언 홈페이지

영국 대법원이 ‘노딜 브렉시트’를 밀어붙이기 위해 의회 정회를 선포한 보리스 존슨(사진) 총리에게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은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에 법적 근거가 없다며 무효라고 판결했다. 수차례 의회 표결에서 잇따라 패배한 존슨 총리는 법원 판결에서도 패소하면서 총리직마저 위협받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브렌다 헤일 대법관은 24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의회 정회를 권고한 존슨 총리의 행위가 “불법이자 무효하므로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헤일 대법관은 “(존슨 총리의 결정은) 의회의 헌법상 기능 수행을 정당한 이유 없이 좌절시키거나 방해하는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헤일 대법관은 “따라서 의회는 정회되지 않았음을 재판관 11명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조치와 관련해서는 “의회에 달려있다”며 “하원의장과 상원의장이 다음 조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버커우 하원의장은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며 “의회는 지체 없이 소집돼야 한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2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다음 달 14일 여왕 국정연설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신임 정부가 추진할 의제를 설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야당은 존슨 총리가 여왕 연설 전 의회를 정회하는 관례를 악용해 노딜 브렉시트를 밀어붙이려 한다고 반발했다. 여왕 연설 당일까지 약 5주 동안 의회를 정회하면 브렉시트 시한인 다음 달 31일까지 사실상 아무런 논의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상 여왕 연설 전 정회 기간이 1주 안팎이었다는 점에서 존슨 총리가 ‘꼼수’를 썼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존슨 총리는 취임 2개월 만에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존슨 총리는 이달 초 브렉시트 반대파와 야당이 발의한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을 둘러싸고 표결 승부를 벌였다가 패배했다. 이어 대법원이 의회 정회 결정까지 제동을 걸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존슨 총리 사퇴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존슨 총리는 기자들에게 “대법원 판결에 강하게 반대한다”며 “영국은 10월 31일에 유럽연합(EU)을 탈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