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찬성한 결정 때문에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공정 가치를 내세운 당의 정체성이 훼손된 것은 물론 당내 반발에도 직면했다. 급기야 열성 당원이자 진보 진영의 아이콘인 진중권(사진) 동양대 교수가 탈당계를 제출했다가 지도부의 만류로 철회하는 등 당의 기반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탈당 러시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의당 지도부는 진 교수의 탈당을 만류했다. 심상정 대표는 24일 “진 교수가 최근 탈당계를 제출했다가 오늘 저와의 통화에서 탈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진 교수는 조 장관 문제에 정의당이 대응하는 방식에 크게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당은 조 장관 사태가 불거진 뒤 줄곧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 딸 문제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됐을 때 정의당 ‘데스노트’(고위 공직 후보자 낙마 리스트)에 조 장관 이름이 오를지 관심이 쏠렸지만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며 판단을 보류했다. 청문회 이후 정의당은 고민 끝에 임명 찬성 입장을 내놨다.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뒤였는데도 찬성한 것이다.
진 교수는 2013년 12월 정의당에 입당한 뒤 핵심 당원으로 활동해 왔다. 당을 대변하는 빅마우스였고 고 노회찬 의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노유진’으로 불렸다. 당 주변에서는 진 교수를 시작으로 당원들의 탈당 러시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정의당은 선거 때 청년층 및 중도층 유권자들의 정당투표 덕분에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이들이 마음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심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조 장관 임명과 관련해 당내 찬반 토론이 치열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탈당 러시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고 오히려 입당자가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입당자가 611명으로 탈당자(241명)의 2.5배였고, 이달에도 입당자(960명)가 탈당자(337명)의 2.8배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의당은 조 장관 문제로 가뜩이나 곤란해진 상황에서 노회찬재단 사무총장인 조승수 전 의원이 지난 22일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 입건되는 일까지 겹쳤다. 내년 총선 때 울산 북구에 출마 예정이던 조 전 의원은 “사무총장직을 사퇴하고 총선도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