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선 후 연정 논의과정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베니 간츠 청백당 대표가 총리직을 번갈아 수행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예루살렘 포스트 등 이스라엘 언론은 우파 리쿠드당을 이끄는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청백당 대표가 23일(현지시간)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과 면담한 뒤 공동성명을 통해 ‘대연정 추진’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리블린 대통령은 면담 후 “거국 내각을 만들기 위한 중대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리쿠드당과 청백당 협상팀은 24일 대연정을 논의하고, 25일에는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대표가 다시 만난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리블린 대통령은 25일 연정 구성 가능성이 높은 정당 대표를 총리로 지명할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17일 올 들어 두 번째 총선을 치렀다. 청백당은 총 120개 의석 중 33석을 얻어 1당에 올랐고, 리쿠드당은 2석 뒤진 31석을 차지했다. 유대주의 종교 정당과 손잡은 네타냐후 진영이나 아랍계 정당 지지를 받는 간츠 진영 모두 각각 54∼55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연정에 필요한 61석을 채우지 못하는 상태다.
이에 따라 극우성향 정당 ‘이스라엘 베이테누(이스라엘은 우리 집)’가 연정 구성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대표는 그동안 리쿠드당과 청백당이 포함된 거국 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해 왔다. 그는 이날 자신의 SNS에 “양대 정당이 총리 교대제 방식으로 대연정을 꾸릴 필요가 있다는 압박을 받아들였다”면서 “누가 먼저 총리직을 맡느냐가 문제”라고 썼다. 이스라엘에서는 1984∼88년 중도좌파 성향의 노동당 시몬 페레스와 리쿠드당 이츠하크 샤미르가 총리직을 번갈아 맡은 적이 있다.
하지만 두 정당의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두 사람 모두 쉽게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9일 네타냐후 대표는 간츠 대표에게 대연정을 제안했으나 청백당 지도부는 거부한 바 있다.
리쿠드당과 청백당의 대연정이 성사되려면 네타냐후 총리에게 총리직이 보장돼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청백당 내부에선 네타냐후 총리 주도의 연정 참여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게다가 네타냐후 총리는 뇌물수수와 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어 기소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리쿠드당이 네타냐후가 아닌 새 지도자를 내세워 청백당과 타협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