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기 전 대(對)우크라이나 군사원조 계획을 보류토록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가족의 비리 의혹을 수사토록 하기 위해 군사원조를 미끼로 삼았음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부인했지만 민주당의 탄핵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4억 달러(약 480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원조 계획의 실행을 보류토록 지시한 바 있다고 23일(현지시간) 행정부 고위관리 3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시는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통화하기 1주일 전쯤에 하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통화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대선 경쟁자인 바이든 전 부통령 아들의 비리를 수사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군사지원은 친러 무장세력과 전투 중인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WP에 따르면 백악관 예산국은 지난 7월 중순 트럼프 대통령이 원조 계획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꼭 필요한 사업인지 분석해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국무부와 국방부에 전달했다. 결국 군사지원은 2개월 가까이 지체된 끝에 지난 11일 2억5000만 달러(약 3000억원)가 집행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당시 의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 승인 예산을 이유 없이 붙들고 있다며 우려했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 전 부통령 관련 의혹을 수사하라고 압력을 넣으려고 집행을 지연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실제로 압력을 넣었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고 이어 군사지원 보류 지시 시점과 액수까지 나오면서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윤곽을 드러내는 형국이다.
행정부 고위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을 보류한 건 우크라이나의 부정부패를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달 말 회계연도 종료일이 임박하면서 기한 내 돈을 쓰지 않으면 법 위반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을 허가했다는 것이다. 이 관리는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이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 관련 압력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를 “마녀 사냥”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이 수치스러운 일을 했다”며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돈을 받았고 중국에서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감한 안보 문제를 건드렸다며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탄핵 절차 개시에 반대해 왔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최측근 의원들과 만나 탄핵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WP 보도가 나오면서 민주당의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