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도 北 레이더 기지 건설 文 대통령 취임 6일전 착수”

입력 2019-09-25 04:02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에서 24일 바라본 함박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위치한 이 섬 정상의 건물 위에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건물 옆 철탑에는 레이더 감시시설이 설치돼 있다. 강화=사진공동취재단

‘북한 땅’ 논란을 빚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함박도에 북한이 레이더 기지 건설을 시작한 시점은 2017년 5월 4일인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6일 전에 함박도를 감시기지로 만들기 위한 공사에 착수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24일 “북한군이 함박도에 흙과 장비 등을 배로 실어나르기 시작한 시점은 2017년 5월 4일로 파악됐다”며 “이때부터 레이더 기지 건설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해병대는 당시 북한군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측했고 그 내용을 기록한 일지도 남아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레이더 기지 공사에 착수한 시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앞당겨 치러진 2017년 5·9대선을 5일 앞둔 때였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대선 다음날인 5월 10일 시작됐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조기 대선’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레이더 기지 공사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군 내부에서는 북한이 서해 NLL 인근 무인도를 최전방 감시기지로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군은 2016년 연평도와 가까운 서해 무인도 갈리도(갈도)에 122㎜ 방사포를 배치했다. 특히 북한군은 2015년과 2016년에 함박도 인근 무인도 두 곳에 감시장비를 설치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함박도 군사기지화를 위한 사전 작업 또는 한국군의 대응을 떠보기 위한 움직임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부는 이날 함박도에서 9㎞쯤 떨어진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에서 기자들이 취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함박도가 북한 땅이냐, 한국 땅이냐’는 소유권 논란이 커지자 현장을 기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함박도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로 주소가 부여돼 있어 북한군이 한국 땅에 무단 상륙했다는 의혹도 불거진 바 있다.

말도에서 바라본 함박도 정상에는 감시소로 추정되는 2층 건물 위에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이 건물 옆 철탑에는 레이더 감시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북한군 30명이 막사로 쓰는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2개도 포착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레이더는 군사용이 아니라 일반 상선이나 어선에 달려 있는 항해용 레이더”라며 “선박 감시만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1만9971㎡(약 6041평) 면적인 함박도에 해안포나 방사포 등 공격무기가 배치돼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안포로 오인됐던 것은 시설물 공사를 하기 전에 지지대로 깔아놓은 콘크리트 구조물에 나 있던 구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방부는 민관 합동검증팀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함박도는 NLL 북쪽 약 700m에 위치한 북측 관할 도서”라고 지난 20일 밝혔다. 다만 합동검증팀은 함박도가 1978년 12월 30일 강화군청 소유 토지로 처음 등록됐으며 이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인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김경택 기자, 강화=공동취재단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