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약세 땐 중국산과 경쟁하는 한국 제품 수출 감소”

입력 2019-09-25 04:04

중국 위안화가 약세를 보일 때 중국 제품과 경쟁하는 한국 제품일수록 수출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제품과 보완관계에 있는 한국 제품의 수출은 늘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음지현 부연구위원은 24일 BOK경제연구에 수록된 ‘중국 위안화 환율 변동이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위안화 약세 시 제3국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합도가 높은 품목일수록 수출 감소폭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음 위원이 2002∼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산업별 수입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위안화 가치가 10% 떨어지면 OECD 시장에서 경쟁 수준 상위 10%인 한국 제품의 수출은 0.626% 감소했다. 경합도가 중간인 제품은 0.093%, 경합도가 하위 10%로 낮은 제품은 0.003% 줄었다.

위안화 약세는 외화로 환산되는 가격을 떨어뜨리는 만큼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중국산과 경쟁하는 한국 제품일수록 수출에 지장을 받게 된다.

반면 중국산과 보완관계인 품목의 수출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중국 제품이 많이 팔릴수록 한국산 보완재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소재·부품 등 보완 수준이 상위 10%로 높은 제품의 수출은 0.408%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음식료품처럼 보완도가 중간급인 제품은 0.074%, 보완도가 하위 10%인 제품은 0.002% 증가했다. 보완재 성격이 강할수록 위안화 약세가 한국 제품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 제품이라도 품질이 더 좋으면 위안화 약세 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적게 받았다. 경합도가 중간 수준이면서 중국산보다 우수한 한국 제품의 수출 감소폭은 0.039%로 전체 평균(0.093%)의 절반 미만으로 줄었다. 중국산보다 품질이 나쁜 제품의 수출은 0.138% 감소했다.

음 위원은 “품질이 높은 수출품의 경우 가격탄력성이 낮아 위안화 약세에 따른 수출 감소폭이 크지 않다”며 “중국의 수출 품질이 수입국의 기대 품질 수준을 웃돌 경우 위안화 약세로 인한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폭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수출기업이 위안화 약세에 대응하려면 제품 품질을 높이면서 중국산과 보완관계인 제품의 비중을 늘려야 함을 시사한다. 음 위원은 “위안화 약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수출품과 보완관계에 있는 수출품의 비중을 제고하는 한편 수출품 품질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가질 수 있도록 품질향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