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요양병원 화재, 발화지점 보일러실 옆 병실 피해 키웠다

입력 2019-09-25 04:04
경찰과 소방당국 합동감식반원들이 24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의 한 요양병원에서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검게 그을린 외벽으로 깨진 유리창이 보인다. 연합뉴스

경기 김포 상가건물에 입주한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90대 노인 등 2명이 숨지고 47명이 부상을 입었다. 중상자가 8명이나 돼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전기 안전점검을 위해 정전된 상태에서 불이 난데다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4층 보일러실과 병실이 가까워 인명피해가 컸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았고 대피 안내방송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오전 9시3분쯤 김포시 풍무동 상가건물 내 김포요양병원에서 불이 나, 입원 중인 환자 132명 가운데 A씨(90·여) 등 2명이 숨지고 입원환자 47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B씨(66·여) 등 8명은 중상이다.

화재는 건물 4층 요양병원 집중치료실 바로 옆의 보일러실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자 2명은 모두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였다. 당시 집중치료실에는 환자 8명이 있었다.

요양병원이 입주한 상가 건물은 오전 9시부터 전기 안전검사를 위해 전력 공급이 차단된 상태였다. 집중치료실과 일반병실에 있던 환자들은 수동으로 산소 공급을 받던 중이었다. 환자 일부는 불이 나자 급히 대피하다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채 연기를 흡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가 발생한 상가건물은 지상 5층, 지하 2층에 연면적 1만4814㎡ 규모로 요양병원은 이 건물 지상 3층과 4층을 사용했다.

간병인으로 일하는 박모(70·여)씨는 “펑 소리가 나더니 복도에서 시꺼먼 연기가 올라왔다”며 “휴지를 뽑아 환자들의 입을 틀어막고 한 명씩 휠체어에 태웠다”고 전했다.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인 김포경찰서는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강력팀 8명, 지능범죄수사팀 4명, 피해자보호팀 2명, 형사지원팀 2명 등 모두 17명으로 수사전담팀을 구성했다. 조사결과 화재 직후 요양병원 건물 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으며, 병원측이 화재 대피 방송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요양병원 관계자들을 불러 병원에 불법 시설물을 설치했는지와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 등 소방 설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 안전관리 실태를 확인할 예정이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경보령인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펌프차 등 장비 51대와 소방관 등 인력 150여 명을 투입해 50여분 만에 불을 껐다.

김포=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