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이 23일(현지시각) 열렸지만 이렇다 할 알맹이가 없다.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거나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당초 총리가 참석하려던 유엔 총회 일정을 바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뉴욕으로 간 것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성과다.
이번 회담에서 관심을 모았던 것은 크게 세 분야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균열 조짐을 보이는 한·미동맹을 다시 다지고,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력을 완화시키는 것, 북한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키는 중재자 역할이다. 한·미동맹에 대해 양 정상은 추호의 흔들림도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고, 양국 경제가 서로에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평가했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촉발된 지소미아 종료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양국 당국 사이 불협화음이 노출된 민감한 현안은 그대로 둔 채 화려한 수사만 교환했다는 의미로 들린다.
양 정상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해 호혜적이고 만족할 결과를 도출해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가장 큰 군사장비 구매국 중 하나라고 치켜세우고 문 대통령은 향후 3년간 무기구매계획을 설명했다. 미국 측의 방위비 분담 증액 압박이 작지 않았고 그만큼 앞으로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무력행사를 하지 않고 북한이 비핵화할 경우 밝은 미래를 제공한다는 기존 약속을 재확인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정신이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은 북·미 협상의 동력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의 새로운 방법론이나 북한 체제 보장 문제 등에 대해 구체적 발언이 없었다는 점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북핵 실무 협상이 곧 시작될 마당에 협상카드나 스탠스를 미리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너무 밋밋한 결과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위반이 아니라는 발언만 되풀이한 것도 한국민들이 느끼는 위기감을 배려하지 않은 것으로 느껴진다.
[사설] 원론적 입장만 재확인한 한·미 정상회담 기대 못 미쳤다
입력 2019-09-25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