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문화라] 곰사람 되기

입력 2019-09-25 04:09

2년 전에 가까운 지인들과 매일 글을 쓰는 모임을 만들었다. 날마다 글을 써서 함께 공유하는 이 모임의 이름은 ‘곰사람 되기’이다. 어느 단체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글을 읽고 가까운 분들과 시작해 보았다. 단군신화의 내용을 보면 환웅은 인간이 되고 싶다며 찾아온 곰과 호랑이에게 100일 동안 굴 속에서 쑥과 마늘을 먹으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동굴 속에 들어가 이를 지킨 곰은 삼칠일 만에 웅녀가 되었지만 호랑이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여 사람이 되지 못하였다고 한다. 왜 호랑이가 아닌 곰이 사람이 되었을까? 호랑이는 힘과 용맹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동굴에서는 쓸모가 없었다. 호랑이는 견디지 못하고 동굴을 나가버렸다. 곰은 인내심이 강하여 힘든 상황을 견디며 이루고자 하는 바를 얻어냈다.

단군신화에서 곰이 인간이 된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인내를 더 높은 가치로 여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모임의 이름인 ‘곰사람 되기’의 뜻은 매일 글을 쓰는 일이 힘들지만 100일의 약속을 지키자는 의미였다. 그렇게 시작한 모임이 벌써 일곱 번째를 맞이했다. 곰의 후손인 우리는 잘 버틴다. 여러 차례의 국난에서 강한 힘을 발휘한 적도 여러 번이다. 쑥과 마늘은 매 시기 다른 형태로 우리에게 찾아왔다. 물론 버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때도 있다. 참는 쪽보다 다른 해결책을 찾아 동굴 밖으로 나간 호랑이의 후손들도 존재할 것이다.

누구나 살다보면 여러 시련이 찾아온다. 예상치 못한 질병에 걸리기도 하고, 시험에 떨어지기도 하며, 소중한 사람을 잃을 때도 있다.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하기도 하고, 자신이 하지 않은 일임에도 모함을 받기도 한다. 모든 일에 한 면만이 존재하지 않듯이 고통의 경험은 다음 시련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은 각자 다양하다. 왜 참아야 하는가 의문이 든다면 호랑이처럼 동굴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반면 참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면 견뎌냄을 통해 자신의 의미를 증명할 수 있다. 어느새 일곱 번째 ‘곰사람 되기’의 시간도 막바지이다. 아마도 이번 일정이 끝나면 한층 더 단련되어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문화라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