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자세’ 강조한 미국… 北의 비핵화 양보 땐 안전보장에 유연

입력 2019-09-24 04:04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환영객들과 인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3일 오후(한국시간 24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24일에는 유엔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 오전(현지시간 23일 오후) 뉴욕에서 만나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한 양국 현안을 논의한다. 특히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임박한 가운데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안전보장’ 문제가 핵심 의제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숙소인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을 찾아가 회담을 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을 수행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뉴욕의 한 호텔에서 브리핑을 열고 “북한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이런저런 대화를 통해 안전보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며 “안전보장에 대한 북한의 구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예측과 북한이 공개적으로 하는 여러 발언을 봤을 때 어떤 함의가 있는지에 대해서 분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특히 미국 입장에 관해 “안전보장 문제라든지 (대북) 제재 해제 문제 등 이런 모든 것에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한다고 하는 미국 측의 기본 입장을 지금 저희가 공유하고 있다”며 “협상이 만약 시작됐을 때 어떤 결과를 향해 나갈 것인지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미국은 부쩍 유연한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방법’을 언급했다. 북한에 대한 상응조치의 두 축인 ‘안전보장’과 ‘제재 해제’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도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실무협상에 북측 대표로 나설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방법’ 언급에 대해 “보다 실용적 관점에서 조·미(북·미) 관계에 접근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정치적 결단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유연한 태도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개념 정의에서 어느 정도 양보를 해야 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동안 미국은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 합의인 ‘빅딜’을 강조해온 반면, 북한은 행동 대 행동으로 주고받는 ‘스몰딜’을 주장하면서 양측의 간극이 컸다.

강 장관도 비핵화 개념에 관한 북·미 간 이견이 좁혀졌느냐는 질문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강 장관은 “목표에 대한 정의는 같지만 거기까지 어떻게 갈 것이냐, 로드맵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대한 이견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은 실무협상에서 로드맵을 만들어내는 게 가장 큰 과제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비핵화에 대한 양측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북한의 안전보장과 제재 해제에 난관이 예상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23일 서울에서 열린 북한대학원대 3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하노이에서 확인됐던 양측 간 입장 차이를 좁히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북한과 미국이 일정 수준의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하노이 회담으로 어긋났던 양측 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적대 정책을 유지하면서 신뢰를 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직후인 24~25일 서울에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1차 회의가 열린다. 내년 분담금 액수를 정하는 협상이다. 장원삼 외교부 방위비분담 협상대표와 제임스 디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양국의 수석대표로 나선다.

뉴욕=임성수 기자, 손재호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