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진 23일 더불어민주당은 하루 종일 술렁거렸다. 지도부는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다”며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부산·경남 지역 의원들 사이에선 중도층 민심 이반에 따른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부산 연제구를 지역구로 둔 김해영 최고위원도 이날 2시간 남짓 진행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가 상황을 좀 더 심각하게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주변에서는 일단 검찰 수사를 좀 더 지켜보겠지만 조 장관 사태가 더 악화되면 출구전략 모색이 불가피할 것이란 얘기가 많다. 시기적으로는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구속 여부가 1차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조국 사태가 계속 이어질 경우 내년 총선에서 20석은 사라진다고 본다”며 “정 교수가 구속되면 조 장관 거취에 대해 이야기하는 의원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중진 의원은 “다들 중도층을 비롯해 민심 이반이 심상찮다는 걱정은 하고 있지만, 지금 당이 자중지란에 빠지면 총선에 더 불리할 수 있어 함구하고 지켜보는 것”이라며 “정 교수가 구속된다면 그때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에서는 지도부가 지나치게 적극 지지층만 바라보는 ‘팬덤(fandom) 정치’를 하면서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하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검찰 수사 결과를 지나치게 낙관하며 지지층에만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자유한국당이 이날 헌법재판소에 조 장관에 대한 직무 효력정지 가처분까지 신청하면서 조 장관 사태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런 연유로 24일로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당 차원의 대응책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지도부는 조 장관을 끝까지 방어할 태세다. 이해찬 대표는 당내 일각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최고위원회의에서 작심하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렇게 검찰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한 달 동안 수사하면서 확실한 증거가 아직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수사가 상당히 난항을 겪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친문재인계 의원들 사이에선 검찰의 무리한 압수수색으로 지지층이 결집될 수 있다는 기대도 걸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이렇게까지 뒤지는데도 결정적인 비위가 나오지 않는 걸 보면 검찰 수사 결과가 유야무야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다음 주 서울중앙지검 앞 촛불집회에는 더 많은 사람이 나올 것이고, 그러면 여론도 또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도부는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영장이 청구돼도 법원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일단 구속영장을 봐야겠지만 아직까지는 정 교수의 유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빈약하다”며 “필요하다면 이후 재판 진행 과정도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가현 신재희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