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한강 방어선’을 뚫었다. 한강 이북 지역에서만 한정적이었던 발병 농장이 한강 이남 지역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그나마 방역 당국이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한 ‘방역 테두리’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여전히 바이러스 유입경로와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추가 확산 불안감이 잦아들지 않는 데다 중국처럼 대유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구제역과 달리 의심 신고부터 확진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현장에서 감염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간이키트’가 없다. 확진까지 최소 한나절 이상이 걸린다. 다른 감염병인지, 자연사인지를 구분하기도 힘들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앞으로 3주 이상 지나야 확산 우려가 잦아들 수 있다고 판단한다.
농식품부는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의 한 양돈농장에서 접수된 의심 신고를 정밀 검사해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확진했다고 23일 밝혔다. 국내에서는 세 번째 발병이다. 이 농장에선 사육하는 돼지 1800마리 중 1마리가 폐사했고, 어미 돼지 4마리가 한꺼번에 유산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출혈·발열과 함께 대표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증세를 보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어미 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리면 유산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도 파주시에서는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확진에 따라 방역 당국은 해당 농장은 물론 해당 농장으로부터 반경 500m 이내에 위치한 농장 2곳의 사육돼지 2700마리를 예방 살처분할 계획이다. 전문가 의견을 들어 반경 3㎞ 이내에 있는 농장 5곳(575마리)을 추가로 살처분할지도 결정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이 경기도 파주시·연천군과 함께 집중관리지역으로 지정한 6개 시·도 가운데 하나인 김포시라는 점에 그나마 안도한다. 확진 판정이 나왔지만 ‘방역대’를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강 이남’이라는 위치가 걱정을 키운다. 확진 판정이 나온 농장은 이미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2개 농장과 각각 45.9㎞, 13.7㎞나 떨어져 있다. 그런데도 발병했기 때문에 추가 전파는 물론 확산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감염경로는 오리무중이다. 추가 확진된 김포 농장은 물론 파주·연천 농장도 일주일 동안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의심 신고부터 확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정밀 검사는 경북 김천시에 있는 국립축산검역본부에서만 할 수 있다. 검사 시간은 6시간 정도 걸리지만, 의심 신고 접수 지점에서 혈청을 확보해 김천까지 가는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휴대용 간이키트로 손쉽게 음성 여부를 판정하는 구제역과 초기 대처 상황이 다른 것이다.
농식품부는 최대 잠복기(19일) 이후까지 추가 확진 사례가 없어야만 ‘확산세’가 진정됐다고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적어도 3주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