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실익없는 ‘퍼주기 외교’ 논란… “美 옥수수 구입” 약속에도 車관세 혜택 못받아

입력 2019-09-24 04:09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산 옥수수 사료를 대량 수입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불리하게 전개되는 미·일 무역협정 내용과 맞물리면서 일본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600억엔(약 6700억원)에 달하는 275만t의 옥수수 사료 구입 방침을 밝혔지만 민간 사료 회사들은 구입 의사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자칫 옥수수가 미·일 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쿄신문은 23일 일본 주요 사료 회사를 취재한 결과 미국산 옥수수 사료를 추가 수입하려는 회사는 전혀 없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앞서 “모기 유충에 의한 일본 내 사료용 옥수수의 피해가 크다”면서 정부가 아닌 민간이 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료업계는 “모기 유충 피해는 크지 않아서 수입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앞서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당시 미국산 옥수수 275만t을 추가 수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이 수입하기로 한 옥수수는 사료용으로 중국이 구매하려 했다가 미·중 무역갈등 악화로 인해 사지 않은 물량이다.

일본은 사료용 옥수수의 95%를 미국산에 의존해 온 만큼 추가로 수입할 필요가 없지만 아베 총리가 이를 약속한 것이다. 하지만 추가 수입한 옥수수 처리는 향후 골칫거리가 될 전망이다. 일본 언론은 아프리카에 구호물자로 보내거나 바이오 연료로 만들어 활용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베 총리가 불필요한 옥수수 구매를 약속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산 자동차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압박했기 때문이다. 최근 미·일 무역협상에서 일본은 소고기와 돼지고기, 유제품, 와인 등 미국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대신 미국에 승용차 관세(2.5%)의 점진적 철폐와 자동차 부품의 80% 이상 품목(주로 2.5%)에 대한 관세의 즉각 철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미국산 소고기 관세율은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지만 자동차 관련 관세는 ‘계속 논의한다’는 내용을 협정에 넣는 정도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자동차 관세 인하가 조기에 실시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산 육류 관세만 낮아지면 양국 간 균형이 맞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당초 유엔총회 기간 중 트럼프 대통령과 양국 간 무역협정에 서명할 예정이었지만 법률적인 확인 등의 문제로 이번 회담에서 서명은 보류됐다. 최종 합의는 서면으로 확인하는 방향으로 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퍼주기 외교’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이니치신문은 “이것이 아베 총리가 강조하는 ‘윈-윈하는 미·일 관계’인가. 일본만 손해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