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사진) 영국 총리가 런던시장 재임 시절 공적자금 수만 파운드를 가깝게 지내던 여성 기업인에게 지원하는 등 각종 특혜를 제공한 정황이 포착됐다. ‘의회 정회’ 조치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특혜 의혹’까지 휘말리며 존슨 총리는 최악의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됐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존슨 총리가 런던시장 재임 시절 모델 출신의 미국인 사업가 제니퍼 아큐리(34)가 운영하는 회사에 2만 파운드가 넘는 공적자금을 지급하는 등 특혜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아큐리는 존슨 총리가 이끄는 런던시 무역사절단에도 세 차례나 포함되는 등 특혜를 누린 것으로 전해졌다.
아큐리가 설립한 이노텍은 2013년 런던시장 관할 기관으로부터 1만 파운드(약 1487만원)의 후원을 받았고, 이듬해에는 영국 내 외국 기업에 대한 지원금 명목으로 또다시 1만5000파운드(약 2231만원)를 수령했다.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아큐리는 미국으로 돌아갔으나 그가 설립한 또 다른 기업 해커하우스는 지난 1월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에서 보조금으로 10만 파운드(약 1억4881만원)를 받았다. 아큐리의 사업체들이 지원받은 공금을 총 합치면 12만6000파운드(약 1억8700만원)에 달한다.
아큐리의 사업체는 자격 조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존슨이 주도하는 해외 무역사절단에도 세 차례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차례는 애초 심사에서 탈락했지만 이후 존슨과 당시 시장실 측근이 개입해 결정을 뒤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큐리는 평소 존슨 총리와의 친분을 주위에 과시하고 다녔다. 선데이타임스는 아큐리가 거주했던 런던 쇼디치 아파트 소유주의 말을 인용해 “존슨이 아큐리의 아파트를 정기적으로 방문했으며, 아큐리는 그를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존슨 총리는 아큐리의 회사 홍보 행사에도 적극 참석했다.
존슨 총리가 의회를 5주간 정회하도록 한 결정이 위법인지 여부에 대해 대법원 판결이 예정된 가운데 가디언은 “위법 판결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특혜 의혹에 더해 위법 판결이라는 악재까지 이어질 경우 존슨 총리의 리더십은 땅에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