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던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단 한 번도 논의되지 못하고 국회법에 따라 24일 본회의로 넘겨진다. ‘일 안 하는 국회’의 민낯이 또다시 드러난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유치원 3법 계류 마지막날인 23일까지 법안 심사 일정을 잡지 못했다. 패스트트랙 법안은 해당 상임위에서 최장 180일, 법사위에서 최장 90일간 논의한 뒤 본회의로 부의돼 60일 이내에 상정된다. 60일 이내에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이 기간이 지난 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된다.
유치원 3법은 지난해 12월 27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으나 국회 파행으로 교육위에서 한 번도 논의되지 못하고 올해 6월 25일 법사위로 넘겨졌다.
이 법안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했던 박용진(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꾸고, 비리가 적발된 유치원 경영자는 일정 기간 재설립을 못하도록 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정부 재정이 사립유치원의 뒷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지원금 유용 시 처벌이 가능한 보조금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에 한국사립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사유재산 침해’라고 반발하며 집단 폐원 사태를 주도했고, 자유한국당도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꾸는 방안을 제외한 개정안을 들고 나와 맞섰다.
박 의원은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타까운 것은 법안이 교육위와 법사위에서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과 유아교육의 공공성 확보라는 단순하고 명료한 상식을 담은 법안임에도 한국당과 한유총 잔존 세력의 집요한 심사 방해에 상임위에서 말 한 마디 꺼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법안은 11월 22일 이후 최초 개의되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며 “표결이 이뤄지면 누가 법을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온 국민께 명백히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유치원 3법이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경우 통과될 가능성은 높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는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본회의에서는 표결 결과가 공개되고 내년 총선도 앞두고 있어 한국당이 당론으로 반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24일 오전 당 공공성강화특별위원회에서 유치원 3법 관련 토론회를 연 뒤 오후에 법안 통과 촉구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