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이모(56)씨가 과거 경찰수사본부에서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10차례나 벌어진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당시 왜 이씨가 조사받았으며, 용의자 선상에서 제외됐는지 파악하고 있다. 또 당시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시내버스 안내양을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장기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이씨가 화성사건 당시 경찰 조사를 받은 기록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경찰조사를 받은 건 맞다”면서 “다만 당시 수사관들 말도 들어봐야 하고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정밀하게 살펴봐야 하는데 기록이 15만장에 달해 현재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모방범죄로 드러나 범인이 검거된 8차 사건을 제외한 9번의 연쇄살인사건 가운데 5, 7, 9차 사건 증거물에서 검출한 DNA와 자신의 DNA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다.
지금까지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태어나 1993년 4월 충북 청주로 이사하기 전까지 이 일대에서 계속 거주한 이씨가 조사를 받거나 용의자로 지목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왔다.
만약 당시 경찰이 이씨를 조사하고도 용의자로 보지 않았다면, 이유는 사건 피해자들 증거품에서 나온 용의자 추정 혈액형 때문으로 추정된다. 당시 수사본부는 이 혈액형이 B형이라는 감정 결과를 통보받았다. 이씨 혈액형은 O형이다.
전담수사팀은 이와함께 7차 사건 당시 용의자를 본 유일한 목격자인 시내버스 안내양의 신원을 확보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씨 조사를 위해선 목격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경찰은 이씨에 대한 대면조사에서 전문 프로파일러도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몇 차례 프로파일러와 동행해 이씨를 조사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면서도 “오늘은 프로파일러와 수사관 등의 면접 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로파일러를 통한 이씨의 심리분석과 자백 압박 등을 시인한 셈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언론이) 프로파일러에 대해 관심을 갖는데 우리가 이를 다 설명하면 수사전략을 노출하는 꼴이 된다”고 했다.
경찰은 또 부산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인 이씨를 앞으로 자주 조사해야 하는 만큼 법무부의 협조를 얻어 경기도 안양교도소로 이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씨에 대한 신상공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다른 경찰 관계자는 “(신상공개는) 신중한 상태”라며 “아직 (이씨가) 피의자 신분은 아니다”고 했다. 또 “유죄의 증거가 확실해야 하고 공공의 이익이 있어야 하며 성인 범죄자의 경우 동의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신상공개위원회를 거쳐야 하는데 그 전에 (공개)하는 건 검토치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