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조3900억원 투자 승부수… 美 자율주행 합작법인 세운다

입력 2019-09-24 04:05
미국 라스베이거스 2017년 CES에서 정의선(오른쪽)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자율주행차에 탑승한 모습. 현대차 제공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합종연횡이 계속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이 이 분야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해외 업체와 합작법인(조인트벤처)을 설립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완성차 업체와 자율주행 기업이 단순 협업이 아닌 별도의 합작법인을 설립해 자율주행차 기술 연구·개발을 하는 일은 이례적이어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결단이 어떤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현지 기업 앱티브사(社)와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운전자의 개입 없이 운행되는 레벨 4·5(미국자동차공학회 기준)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조기에 시장에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앱티브는 차량용 전장부품 및 자율주행 전문 기업으로 인지시스템과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컴퓨팅 플랫폼, 데이터 및 배전 등 업계 최고의 모빌리티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보스톤에 위치한 자율주행사업부를 중심으로 피츠버그, 산타모니카, 싱가포르 등 주요 거점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합작법인은 이사회 동수 구성 등 양측 공동경영 체계를 갖추게 되며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총 40억 달러 가치의 합작법인 지분 중 각각 50%를 동일하게 갖는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현금 16억 달러(약 1조9100억원) 및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 연구개발 역량, 지식재산권 공유 등 4억 달러(약 4800억원)의 가치를 포함해 총 20억 달러(약 2조3900억원) 규모를 출자한다. 앱티브는 자율주행 기술과 지적재산권, 700여명에 달하는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인력 등을 합작법인에 출자한다.

신설 합작법인은 오는 2022년까지 완성차업체 및 로보택시 사업자 등에 공급할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도 자율주행 연구거점을 추가로 마련해 세계적인 자율주행 기술이 국내에 확산되는 효과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9월 정의선 수석부회장 취임 이후 미래의 ‘게임 체인저’로 거듭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과감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기반 통합 제어기와 센서 개발을 위해 미국 인텔, 엔비디아와 협력하는 한편 중국 바이두가 주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 ‘아폴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자율주행기술 전문 기업 오로라에 전략투자하고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번 협력은 인류의 삶과 경험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자율주행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함께 전진해 나가는 중대한 여정이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 분야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와 현대차그룹의 역량이 결합된다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해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