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2교시 시작을 알리는 수업 종이 울려 퍼지자 학교 화단 앞으로 1학년 어린이들이 모여들었다. ‘물고기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서다. 전날 물고기 생태 관찰을 위해 학교 앞 개울에서 잡은 물고기들이 모두 죽어버린 것이다. 아이들은 물고기를 땅에 조심스럽게 묻으며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배웠다. 같은 시간 6학년 학생들은 담임선생님과 학교 밖 마을로 나가 1시간가량을 함께 걸었다. 조만간 한라산에서 있을 등산을 위한 준비과정이다. 또 2~3학년은 학교 앞 숲에서 솔방울과 나뭇가지 등 자연물을 채취하고, 4~5학년은 예술 수업을 들었다. 홍천 노천초교의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다.
강원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문을 연 초·중·고교 대안학교가 새로운 교육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7월 홍천에서 문을 연 노천초교는 2017년 2월 폐교한 홍천군 동면 노천리에 있는 속초초교 노천분교 자리에 160억원을 들여 조성했다. 일반교실 9개와 76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와 과학실, 컴퓨터실, 도서관, 상담실, 급식소 등을 갖추고 있다. 학생들은 기숙 또는 등·하교 형태로 학교에 다닌다. 기숙사 비용은 전액 무료다.
이 학교는 교육 취약학생 및 학교 부적응 학생들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다양한 대안교육을 희망하는 교육 구성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만든 공립 대안초교다. 전교생은 71명으로 대안교육에 관심 있는 아이들과 사회 경제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절반 정도로 구성됐다.
노천초교는 일반적인 학교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교육과정은 국어와 수학, 영어 등 기본교과와 함께 자치, 공감소통, 철학 프로젝트, 예술 등 대안교과로 운영된다.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치유와 돌봄 교육도 진행된다. 국어와 영어는 학년을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주제를 정해 수업을 진행한다. 철학도 정식 교과목으로 들어가 있고, 대부분의 수업은 프로젝트로 진행한다. 노천초교 반원호 교사는 “모든 교육과정의 결정권이 담임교사에게 있기 때문에 교육과정 자체가 굉장히 자율적이고 탄력적”이라며 “선생님이 하고 싶은 것, 학생들이 하고 싶은 것들이 최대한 지원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노천초교의 개교로 강원도 공립 대안교육은 2017년 문을 연 춘천 가정중학교, 2015년 개교한 횡성 현천고교 등 학력이 인정되는 초·중·고 공립 대안교육 과정을 완성했다. 도교육청은 초·중·고 과정의 대안교육 연계를 통해 학생들의 학교 부적응과 학업 중단 예방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공립 대안학교를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교육 취약학생이나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라는 것”이라며 “앞으로 운영될 교육복지와 대안적 상상력이 융합된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 학교운영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홍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