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공공 어린이재활병원의 대전시 유치가 확정됨에 따라 공공의료서비스 및 아동복지의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됐다. 그동안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있었지만 경제성을 이유로 외면당했던 어린이재활병원은 2021년 말 70병상 규모로 조성되며, 대전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릴 예정이다. 대전시는 이번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통해 ‘어린이 복지수도 대전’의 위상을 확립한다는 복안이다.
일반적으로 어린이 재활치료는 인력투입 대비 수가가 낮다. 즉 이용자가 많을 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다. 이는 내원환자의 수는 적은 반면 재원일 수가 상대적으로 길고, 초진환자의 비율보다 재진환자의 비율이 훨씬 높다는 특성 때문이다.
특히 경험이 풍부한 의료인·전문치료사의 인건비 비율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것도 민간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어린이재활병원을 공공형으로 건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됐던 이유도 바로 이 같은 요인에 기인한다.
병원 건립에 대한 움직임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였다. 대전지역 장애아 가족들을 중심으로 어린이재활병원의 건립 필요성이 제기되며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사업은 이듬해 정책토론회가 개최된 뒤 2016년 대전지역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방어린이 재활병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발의되며 속도가 붙기 시작했고, 결국 대통령 공약으로 정책화되며 결실을 맺게 됐다.
사업 추진이 확정됨에 따라 복지부는 지난해 병원 유치를 위한 공모를 추진했다. 공모 기준은 사업비 156억 원에 50병상(입원 30병상, 낮 20병상) 규모 이상이었다. 그동안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을 주도했던 대전시는 267억 원에 60병상(입원 30병상, 낮 30병상) 규모로 응모, 유치 대상지로 최종 선정됐다. 시는 이후 사업계획 변경을 통해 사업비를 347억 원 규모까지 늘렸다.
특히 국내 최초 어린이재활병원인 ‘푸르메 넥슨 어린이재활병원’을 건립한 넥슨의 후원은 대전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사업에 큰 힘이 됐다. 지난 2월 NXC 김정주 대표, 넥슨코리아 이정헌 대표, 넥슨재단 김정욱 이사장 등이 허태정 대전시장과 함께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후원 협약’을 체결하고 무려 100억 원에 달하는 후원을 약속한 것이다.
협약에 따라 넥슨재단은 앞으로 대전 어린이재활병원 건립비 100억 원을 4년 간 나눠 후원하게 된다. 시는 이 후원금을 포함해 건립 예산으로 총 447억 원을 확보, 당초보다 확대된 규모로 어린이재활병원을 건립할 수 있게 됐다. 병상의 규모 역시 입원 50병상, 낮 20병상 등 총 70병상 규모로 늘어나는 것이 확정됐다.
대전 어린이재활병원은 중증장애아동의 조기진단과 집중치료, 교육 및 돌봄이 어우러진 장애아동 맞춤형 병원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특히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벽을 낮춘 덕분에 공공의료서비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운영, 즉 꾸준한 지원과 관심이 필수다.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이 대통령 공약사업일 뿐 아니라 국내 최초의 사례인 만큼 운영비 적자 보존 여부가 병원의 건립 취지를 살릴 수 있는 핵심요인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는 정부에 총 사업비 대비 50% 이상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 사업비 447억 원의 구성 비율은 현재 시비가 269억 원(60.2%), 넥슨재단 후원금은 100억 원(22.4%), 국비는 78억 원(17.4%)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민관협력자문협의회’의 결정을 바탕으로 기본설계안을 마련하고 설계방침 및 기초도면을 확정할 방침이다. 올해 중 설계용역이 마무리되면 내년부터 착공에 돌입, 2021년 말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 병원은 대전시 서구 관저동 567-10 부지에 들어서며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로 조성된다. 운영은 충남대병원이 위탁운영하게 된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국내 최초 공공 어린이재활병원의 대전시 유치는 장애아동 부모단체, 지역정치권, 대전시 등 모두가 역량을 모아 정부를 움직여 이뤄낸 결실”이라며 “특히 넥슨의 통 큰 후원은 민·관이 함께하는 장애아동정책의 커다란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