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올해 5월 이후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의 궤도를 여러 차례 탐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일본 방위에 보완적인 도구일 뿐이라며 이를 종료하더라도 문제없다고 주장했던 것과 달리 향후 북한 관련 정보 입수에 상당한 공백이 예상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미국 등의 민간기업이 운용하는 위성을 이용해 독자적인 대북 첩보능력 강화를 모색하고 나섰다.
교도통신은 23일 복수의 안보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올해 5∼9월 발사한 미사일 가운데 동해 쪽에서 경계 중이던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이나 일본에 배치된 항공자위대 레이더에서 탐지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대부분이 통상보다 낮은 고도 60㎞ 이하로 비행한 데다 저고도와 변칙적인 궤도로 인해 일본은 이를 포착하지 못했다. 반면 한국군은 이들 미사일 탐지에 성공했다.
북한이 이 기간 중 발사한 것들은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 ‘에이태킴스’(ATACMS·미국산 전술지대지미사일)와 비슷한 신형 미사일, 다연발 로켓포 등으로 분석된다. 교도통신는 일본 정부가 포착하지 못한 사례에 KN23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KN23은 러시아제 고성능 탄도미사일과 비슷한데 일본까지 도달할 수 있고 변칙적인 궤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이 북한 미사일 조기 탐지에 실패하면 만일의 경우 요격이 어려운 것은 물론 미사일이 목표에 도달하기 전에 피난 경보를 발령하거나 피해를 막는 대응을 하는 것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교도통신은 지소미아 종료가 일본의 안전보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미 양국과의 연대 강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만큼 일본 정부는 북한 군사정보 수집을 위해 미국 등의 민간기업이 운용 중인 위성을 자위대가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방위성이 2020년도 예산 요구안(부처 차원의 예산안)에 관련 조사비 예산으로 1억엔(약 11억원)을 책정했다고 전했다.
일본은 현재 7기의 첩보 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50기 안팎을 보유한 것에 비해선 적은 숫자다. 일본 정부는 첩보 위성 1기당 발사 비용이 400억~500억엔(4000억~5000억원)에 달하는 것을 고려해 민간기업의 위성을 자국의 정찰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