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 559장 ‘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 작곡한 구두회 장로 ‘찬송가 기념석’ 섰다

입력 2019-09-24 00:03
이원재 서울 남산교회 담임목사가 22일 교회 앞마당에 세운 구두회 장로 찬송가 기념석을 덮고 있던 천을 걷고 있다. 왼쪽부터 구 장로의 차남 구자윤 권사, 장남 구자경 집사, 이 목사, 강병훈 남산교회 원로목사. 남산교회 제공

찬송가 559장 ‘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를 작곡한 구두회(1921~2018) 장로의 삶과 신앙을 계승하기 위해 ‘찬송가 기념석’이 세워졌다. 구 장로는 지난해 9월 24일 별세했다.

구 장로가 출석하던 서울 남산교회(이원재 목사)는 22일 교회 앞마당에서 교인과 유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석 제막식을 가졌다. 이 교회 장로합창단이 ‘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를 합창하자 참석자들도 따라부르며 고인을 추억했다.

기념석은 찬송가 323장 ‘부름을 받아 나선 이 몸’을 작곡했던 이유선(1911~2005) 장로의 기념석 옆에 세워졌다. 이 장로 기념석은 2011년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세워졌다. 둘은 평양 남산현교회에서 만나 스승과 제자 관계를 맺었다. 6·25전쟁 중 월남해 남산교회에 신앙의 뿌리를 내렸다.

이원재 목사는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신 신앙의 가정을 노래한 찬송가를 작곡한 장로님을 신앙의 후배들이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기념석을 세웠다”면서 “예수 그리스도만 찬양하며 살았던 장로님의 신앙을 본받자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평소 검소하게 생활하셨던 장로님은 찬송가의 인세와 개인 재산까지 털어 ‘향파장학재단’을 설립했다”면서 “모두에게 사랑을 베푸셨고 품이 넉넉했던 어른이었다”고 기억했다.

구두회 장로와 부인 김경환 장로가 2006년 결혼 60주년을 맞아 남산교회에서 감사예배를 드린 뒤 포즈를 취했다. 국민일보DB

구 장로가 교회음악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스승 이 장로를 만난 게 결정적이었다. 평양요한학교에 다니던 구 장로는 하이든의 천지창조를 지휘하는 이 장로를 보며 음악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일본 동경제국음악학교 작곡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음악인의 길에 들어섰다. 숙명여대 음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찬송가 559장을 비롯해 ‘어머니의 넓은 사랑’(579장) 등 100여곡의 찬송가를 작곡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해외 찬송가에도 수록된 ‘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는 소설 ‘화수분’을 지은 전영택 목사가 신앙인 가정의 아름다움을 담아 쓴 가사에 구 장로가 67년 곡을 붙여 완성했다. 이 찬양은 이례적으로 공모전을 거쳐 완성됐다. 출품한 여러 곡 중 심사를 거쳐 구 장로의 작품이 선정됐다. 구 장로는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난 뒤 늘 행복한 가정을 꿈꿔왔다”면서 “가사를 본 뒤 평소의 소망을 담아 곡을 썼다”고 생전 인터뷰에서 밝혔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