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홈런 맛 괴물, 13승도 꿀꺽

입력 2019-09-24 04:03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5회말 상대 선발 안토니오 센자텔라의 직구를 밀어쳐 홈런으로 연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LA 다저스 류현진(32)이 메이저리그 개인 통산 1호 홈런과 5전6기 끝 승리 수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류현진은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로 나서 7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잡고 6피안타 3실점하며 13승(5패)째를 거뒀다. 류현진이 선발승을 거둔 것은 지난달 1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7이닝 무실점) 이후 처음이다.

류현진의 이날 등판은 다소 불안하게 시작됐다. 1회초 선두타자 트레버 스토리를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2번 개럿 햄슨에게 던진 커터가 통타당하며 중앙 담장을 넘어갔다. 햄슨이 이날 전까지 98경기에 출장해 타율 0.247 5홈런에 그친 평범한 타자였다.

자칫 ‘뜬금포’에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류현진은 이후 스스로를 다잡고 금세 평정심을 되찾았다. 이후 류현진은 5회초까지 단 한명의 주자도 2루로 출루시키지 않으며 콜로라도 타선을 압도해 나갔다. 1사 후 스토리에게 2루타를 맞은 6회초에는 햄슨을 삼진으로 잡은 뒤 아레나도를 땅볼로 유도해 위기를 벗어났다.

류현진이 빛난 장소는 마운드만이 아니었다. 류현진은 팀이 0-1로 뒤진 5회말 타석에 섰다. 손쉽게 2스트라이크를 잡은 콜로라도 선발 안토니오 센자텔라는 시속 151㎞짜리 직구를 던졌다. 류현진은 기다렸다는 듯 이 공을 밀어쳐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2013년 빅리그 데뷔 후 첫 홈런을 만들어낸 것이다.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류현진을 격렬히 환영한 다저스는 이어진 공격에서 코디 벨린저의 만루홈런으로 5-1로 앞서갔다. 류현진은 경기 뒤 “(습기가 적어 비거리가 늘어나는) 낮이라 넘어간 것 같다”면서도 “내 홈런이 나온 뒤 팀이 대량 득점했다. 홈런을 친 타석이 경기에서 가장 중요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류현진이 홈런을 친 배트를 빌려준 벨린저는 “류현진이 그동안 홈런을 친 적이 없다는 게 더 놀랍다. 류현진은 연습 때 대단한 타격을 한다”고 전했다.

투타 모두 완벽한 활약을 펼쳤지만 7회초 나온 실투가 옥에 티였다. 2사 1루에 주자를 내보낸 상황에서 샘 힐리어드에게 체인지업을 던지다 우월 홈런을 맞고 3점째를 내줬다. 평균자책점은 경기 전 2.35에서 2.41까지 상승했다. 만약 7회만 무사히 넘겼을 경우 평균자책점 타이틀 획득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순간이었다. 자신에게 강한 놀란 아레나도, 이언 데스몬드에 신경쓰다 뜻밖의 타자들에게 큰 것 한 방씩 맞은 셈이다.

류현진은 빅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유지했지만 평균자책점 부문 2위(2.51)이자 가장 강력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경쟁자인 뉴욕 메츠 제이콥 디그롬과의 격차가 더 줄어들게 됐다. 류현진은 점수를 내준 상황에 대해 “실투를 조심해야 한다는 걸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다저스는 7대 4로 승리하고 시즌 100승(56패) 고지에 올랐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가운데)가 23일(한국시간) 개인 단일 시즌 최다인 23호 홈런을 치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류현진이 통산 첫 홈런을 친 날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37)도 홈런으로 낭보를 전했다. 추신수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경기에 1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1회초 선두타자 초구 홈런(23호)을 쳤다. 총 3시즌(2010·2015·2017년) 22홈런을 날린 것이 최다 홈런 기록이던 추신수는 이날 홈런으로 자신의 단일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