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트넘 홋스퍼가 버린 최전방 공격수 로멜로 루카쿠와 페르난도 요렌테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부활했다. 시즌 초 득점 행진을 벌이며 인테르 밀란과 나폴리를 웃음 짓게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원 소속팀들은 이들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 채 나란히 부진에 빠졌다.
요렌테는 22일 밤(한국시간) 레체와의 세리에A 4라운드 경기에서 전반 28분과 후반 37분 2골을 몰아넣으며 팀의 4대 1 대승에 기여했다. 앞서 요렌테는 지난 18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리버풀전에서도 후반 추가시간 쐐기골을 터뜨렸다. 요렌테는 올 시즌 나서는 경기마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3경기 3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팀도 세리에A 최다 득점(13골)을 올리며 승점 9점(3승 1패)으로 리그 3위에 올라 있다. 나폴리로선 토트넘이 재계약을 하지 않음에 따라 요렌테를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영입한 게 ‘신의 한 수’였다.
앞서 루카쿠도 이날 새벽에 열린 세리에A AC 밀란과의 밀라노 더비에서 후반 쐐기골로 인테르의 2대 0 승리를 이끌었다. 리그 4경기에서 3골째를 넣어 도메니코 베라디(사수올로·5골), 치로 임모빌레(라치오·4골)에 이은 득점 공동 3위다. 루카쿠는 지난 시즌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 부임 이후 마커스 래시포드·앙토니 마르시알 등 발 빠른 선수들로 재편된 맨유 공격 전술에서 겉돌았다. 공격포인트는 2017-2018시즌 23개(16골 7도움)에서 지난 시즌 13개(12골 1도움)로 뚝 떨어졌다. 루카쿠는 결국 맨유와의 불화 끝에 인테르로 향했다.
인테르는 2009-2010시즌 이후 세리에A 우승이 없다. 하지만 루카쿠가 합류한 올 시즌 인테르는 4연승(승점 12점)으로 유벤투스(10점)를 앞선 1위에 올라있다. 유럽 4대리그(잉글랜드·스페인·독일·이탈리아)에서 전승팀은 리버풀과 인테르뿐이다. 부활한 루카쿠가 인테르의 도약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반면 원 소속팀들은 공격 자원이 부족해 울상이다. 맨유는 올 여름 루카쿠와 알렉시스 산체스를 인테르로 떠나보냈음에도 공격진 보강이 없었다. 이후 마르시알과 래시포드, 유망주 메이슨 그린우드(17)가 모두 부상으로 낙마하며 최전방 공격수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리그 성적도 8위로 처졌다. 1위 리버풀과의 승점차는 10점까지 벌어졌다.
교체 요원으로 공격의 ‘플랜B’를 제공했던 요렌테를 떠나보낸 토트넘도 마찬가지다. 해리 케인(4골)과 손흥민(2골)이 건재하지만 교체 자원이 부족해 공격 패턴이 단조롭다. 그 결과가 EPL 7위다. 변화를 줄 수 있는 장신 공격수(195㎝) 요렌테 카드를 공짜로 내준 결정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