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정구] 다시 태어날 새로운 광화문광장

입력 2019-09-24 04:07

과거 유럽 도시와 사회주의 국가 등에서 광장이란 대부분 궁 앞에서 통치권자의 권력이나 국가의 권위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공간이어서 일반 시민은 가까이하기 어려웠다. 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 공간들은 시민들의 휴식처로 변모해 대도심의 허파 같은 기능을 하고 있고, 광장문화가 일상화된 지 오래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일제의 식민지 침탈 이후 권력기관 주변에 광장이 설치되기 시작했고, 광복 이후 군사정권 역시 광장을 권력의 공간으로 활용했다. 광장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에게 광화문광장을 탈정치화하여 민주 시민이 주체가 되는 온전한 시민의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광화문 재구조화 계획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시작된 광화문포럼에서 대한민국의 상징공간인 광화문광장의 개선 방향과 원칙을 제시했다. 지난해 7월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 시민으로 구성된 광화문시민위원회에서는 광화문의 역사 회복을 위해 월대, 의정부 터 등을 재현하고 시민광장을 온전한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제공해 누구나 즐겨 찾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가기 위한 방법들을 논의해 왔다.

무엇보다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은 시민들의 삶과 도시의 운명을 바꾸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시민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광장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청사진에 대한 홍보를 선행해야 시민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변화될 광화문광장을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 체험 공간이 설치되었으면 한다. 단순히 월대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고 월대가 복원되고 광장이 변하면서 시민들이 무엇을 체험할 수 있는지, 어떠한 것을 하며 머무는 공간이 될지 시민이 알 수 있어야 한다. 당장은 새롭게 변화할 광장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지금부터 이러한 경험을 통해 새롭게 조성될 광장의 문화를 시민이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새 광화문광장은 시민이 차 한잔 들고 휴식할 수 있는 앞마당같이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되길 기대한다.

이정구 전 성공회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