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16주 연속 이어졌다. 화염병과 최루탄, 불타는 오성홍기는 이제 홍콩 주말의 일상이 됐다. 시위대는 친정부 성향의 점포에서 영업을 방해하는 새로운 불매운동을 시도했다.
홍콩 시민들은 22일 샤틴 지역의 뉴타운 플라자에서 집회를 갖고 홍콩 시위를 상징하는 노래 ‘홍콩에 영광을’(Glory to Hong Kong) 등을 부른 뒤 쇼핑몰을 돌며 시위를 벌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시위대는 화웨이와 중국은행, 베스트마트360, 헤이티 등 친정부 성향 업체의 점포 창문 등에 반정부 포스터와 스티커를 붙이고 구호를 외쳤다.
홍콩 최대 요식업체인 맥심스가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와 코바, 음식점 제이드 가든 등 체인점들은 시위대의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맥심스 창업자의 딸 애니 우가 시위대를 ‘폭도’라고 지칭한데다 맥심스가 주문 케이크에 ‘홍콩 해방’ 표기를 금지해 시위대의 표적이 됐다.
시위대는 제이드 가든에 길게 줄을 서서 ‘가짜 예약’을 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방해하고, 캐리 람이 2017년 홍콩 행정장관 당선 시 얻은 투표수를 뜻하는 ‘777’ 스티커를 친정부 가게 문이나 간판에 붙이기도 했다. 자딘 그룹의 KFC와 피자헛, 데어리팜의 이케아와 세븐일레븐 등도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시위대는 경찰이 쇼핑몰 진입을 시도하자 바닥에 물과 기름을 뿌리고 쓰레기통과 의자, 박스 등 각종 집기들을 어지럽게 쌓아 바리케이드를 쳤다. 쇼핑몰 내 전자 안내판과 광고판을 부수는 시위대도 있었다. 지하철역에서 쇼핑몰로 통하는 에스컬레이터를 철제도구와 쓰레기통으로 막았다. 시위대는 샤틴 역에도 들어가 티켓판매기 등 각종 기기를 부쉈다. 남청역과 칭이역, 콰이퐁역 등에서도 시위대의 시설 파손이 벌어졌다.
샤틴 쇼핑몰 밖에서는 시위대가 국기게양대에 걸린 중국 오성홍기를 끌어내려 찢은 뒤 강에 버리는 모습도 보였다. 샤틴 지역 거리에서는 시위대가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불을 질러 화염에 휩싸였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시위대는 전날에는 툰먼 지역에서 시위를 벌이다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화염병과 벽돌 등을 던지며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는 경찰과 격렬히 대치했다. 시위대는 툰먼 도서관과 정부청사 외부에 걸려 있던 오성홍기를 끌어내려 발로 밟고 불태웠다. 위안랑 지역의 요호몰에서는 백색테러 규탄 시위도 열렸다. 2개월 전인 7월 21일 위안랑 전철역에서는 남성 100여명이 시위대와 행인을 쇠파이프로 무차별 공격하는 백색테러가 발생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