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이 20% 안팎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을 전파하는 야생 진드기는 땅에서 15㎝ 가량 자란 사람 발목 정도 높이의 초지에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4~10월 SFTS 환자 발생 지역에서의 참진드기 접촉 예상 지점 조사 결과를 최근 발행된 주간 ‘건강과 질병’에 공개했다. 지형 및 환경에 따른 진드기 서식 실태 조사를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는 총 14개 시·군에서 발생한 20명의 SFTS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채집된 진드기는 5종, 8344개체였으며 작은소피참진드기가 95.9%를 차지했다. 이어 개피참진드기(2.6%), 멧새피참진드기(1.4%), 일본참진드기(0.1%), 뭉뚝참진드기(0.01%) 순이었다. 이 가운데 SFTS 매개가 가능한 종은 작은소피참진드기, 개피참진드기, 일본참진드기, 뭉뚝참진드기 등 4종이다.
20명의 환자 발생 지역 내 총 74개 지점의 환경을 조사한 결과 감염된 환자들이 활동했던 장소들은 지형적으로 야산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보다 세부적으로는 야산-초지, 야산-밭, 야산-텃밭 등지에서 이동 및 활동이 빈번했다.
실제 74개 지점에서 흰천 쓸기법을 통해 채집된 참진드기 5126개체를 대상으로 채집밀도를 산출한 결과 야산(5.9개체)이 가장 높았고 평지(1.7개체) 산(0.9개체) 순이었다. 세부적으로는 야산-초지(15.9개체) 야산-주거지(9.8개체) 평지-잡목지(4.7개체) 평지-초지(4.4개체) 야산-침엽수림(4.0개체) 순으로 채집 밀도가 높았다.
채집 지점의 수풀 높이를 세분화해 비교한 결과, 땅에서 15㎝ 가량의 발목 높이 수풀에서 평균 7.0개체의 참진드기가 발견돼 밀도가 가장 높았다. 약 5㎝의 잔디 높이 수풀(3.0개체), 약 50㎝의 무릎 높이 수풀(1.6개체) 순으로 뒤를 이었다.
또 주변에 고사리 군락이 있는 곳에서 6.8개체의 참진드기가 채집돼 군락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2.1개체) 보다 3배 이상 높은 밀도를 보였다. 채집 지점 주변에 우사, 양계장 같은 축사와 염소 말 소 등을 키우는 방목지가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곳 보다 4배 이상 참진드기 채집밀도가 높았다.
또 진드기 노출의 예방적 활동으로 알려진 예초 등 방제 처리를 실시한 지점에서는 0.3개체가 채집돼 미처리 지점(4.9개체) 보다 16배 이상 밀도가 감소했다.
질본 관계자는 23일 “참진드기 노출 가능성이 높은 지형 및 환경적 지점에 대한 진드기 서식 실태 조사를 보다 세분화해 추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야산, 초지, 주거지 주변의 예초 활동을 통해 ‘참진드기 안전지대’ 만들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