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미래포럼 D-2] 떠오르는 신남방 벨트서… 기업들 성장 모멘텀 찾는다

입력 2019-09-23 04:06
미얀마에 전력케이블 공급을 위해 약 2200만달러를 투입해 지난해 준공한 LS전선 현지법인 LSGM. LS전선 제공

둔화된 성장의 모멘텀을 아세안 10개국, 인도 등 ‘신남방 지역’에서 찾는 기업들이 있다. 인건비뿐만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도 최적지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LS전선은 초기 어려움을 딛고 적극적인 현지화로 베트남 현지 전선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 베트남에서만 매출 1조원을 달성한 효성은 인도네시아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22일 LS전선에 따르면 이 회사의 베트남 법인 지주회사인 LS전선아시아는 올 상반기 매출 2573억원, 영업이익 127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 40%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로 따지면 역대 최대 규모다.

LS전선은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신남방 지역이 경제 성장과 도시화로 전력 인프라 구축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일찌감치 시장 공략에 나섰다. 1996년 베트남 하이퐁에 전력 케이블 생산법인 LS-VINA를 설립했고, 이후 22년간 매출은 연평균 23%씩 급성장했다. 올해는 100억원을 투입, LS-VINA의 전선 소재 공장을 증설했다. 이로써 베트남 전선 소재 수요의 절반 수준인 1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현재는 베트남 전력 케이블 시장 1위로 ‘베트남 신화’로 불리고 있지만 사업 전체가 흔들리는 위기도 있었다. LS-VINA 설립 초기인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영업 손실이 계속됐다. 당초 예상과 달리 수요 증가가 크지 않았고, 사업 입찰도 순탄치 않았다. LS전선은 신규 설비 도입, 영업망 확장 등 현지 적응에 더 공을 들였고, 그 결과 단숨에 ‘실적 턴어라운드’를 달성했다.

2017년엔 미얀마 진출을 본격화했다. LS전선은 지난해 11월 미얀마 최대 규모의 전력 케이블 공장인 LSGM 준공에 착수했다. LSGM은 가공선과 건축용 케이블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향후에는 초고압 케이블까지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산업화가 한창 진행 중인 미얀마는 전력 케이블 시장이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송전 인프라에 쓰이는 가공 케이블은 100%, 고압(HV)과 중압(MV), 건축용(LV) 등을 포함한 전체 전력 케이블은 6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명노현 LS전선 대표는 지난해 공장 준공식에서 “5년 내 미얀마 1위 전선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LS전선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현지 10위권 대기업인 AG그룹과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고 현지 진출을 준비 중이다.

효성이 스판덱스 등을 생산하기 위해 베트남 호찌민시 인근 년짝 공단에 조성한 공장 전경. 효성 제공

효성 역시 베트남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은 기업이다. 현재는 베트남에서 석유화학·중공업을, 인도네시아는 섬유 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현지 특성별로 구체적인 전략을 짠 것이다.

효성이 베트남에서 처음 법인을 설립한 2008년은 중국 공장도 점차 인건비가 높아지면서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베트남 진출을 결정했고, 베트남 법인은 지난 10여년간 기업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스틸코드 등을 생산하며 증설을 확대해온 결과, 2008년 60억원에 불과하던 베트남 법인의 매출은 2014년에 1조원을 돌파했다.

2015년 4월에는 효성 동나이법인을 추가 설립해 스판덱스 제품인 크레오라의 원료가 되는 PTMG(폴리테트라메틸렌글리콜)의 생산시설을 설립했다. 올해 말에는 플라스틱 원료인 폴리프로필렌(PP)과 프로판탈수소(PDH) 공장도 완공될 예정이다.

13억 달러(약 1조4000억원)를 투자한 이번 공장 설립은 효성의 성장세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섬유산업에서는 신축성이 좋고 착용감이 편안한 무슬림 웨어 소재를 선호하는 인도네시아의 특성을 고려해 스판덱스 브랜드인 ‘크레오라’로 현지 인지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