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협상 전면 나선 북 김명길, 유연하고 노련한 미국통

입력 2019-09-23 04:05
사진=연합뉴스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에 북한 측 수석대표로 나설 김명길(60·사진) 외무성 순회대사에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연하면서도 노련한 ‘미국통’ 외교 일꾼인 김 대사는 협상에서 실용적인 태도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김 대사는 지난 20일 담화문을 통해 자신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대표임을 공식화했다. 북측 실무협상 대표가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그만큼 협상 재개가 임박했음을 보여준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당시 실무협상 대표였던 김혁철 전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문책성 인사 조치를 당한 이후 실무협상 대표 자리는 줄곧 안갯속이었다.

22일 대북 소식통 등에 따르면 김 대사는 1990년대 초 1차 북핵 위기 때부터 북·미 대화 및 핵 협상에 관여해온 베테랑 미국통 외교관이다. 최근 북한 외교 실세로 떠오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보다도 먼저 북·미 핵 협상에 참여했다. 김 대사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카운터파트인 리용호 외무상과도 30년 가까이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1959년 자강도의 평범한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김 대사는 뛰어난 성적으로 김일성종합대학 영문과에 들어갔다. 졸업 후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대미 외교를 이끌어온 강석주 전 내각부총리와 김계관 전 외무성 제1부상의 각별한 신임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사는 2006∼2009년 주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를 지냈다. 이때 그의 아들이 뉴욕의 컬럼비아대에서 유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해외 주재원이 대학생 자녀를 데리고 나가기 어려웠던 당시 사정을 감안하면 북한 당국이 김 대사를 파격적으로 대우해준 것으로 보인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직전 실무협상 대표였던 김 전 대표는 강경한 통일전선부 라인이었는데, 김 대사의 본격적인 등장은 상대적으로 유연한 외무성 라인이 협상을 주도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김 대사는 최고의 합의보다는 초기 단계에서 최선의 합의를 만들기 위해 실용적 태도로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