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폐기를 요구하며 ‘민부론(民富論)’을 경제정책 대안으로 들고나왔다. ‘국민이 잘 사는 나라’를 내세운 한국당은 2030년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달성 등을 목표를 내걸고 실현 방안을 제시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제위기를 극복할 정책 정당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다만 노동조합을 향한 부정적 시선과 비현실적 목표 설정 등에는 비판적 목소리도 나왔다.
황교안 대표는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부론 발간 국민보고대회에서 직접 무대에 서서 30여분간 발표했다. 편한 복장에 운동화를 신고 무대에 오른 황 대표는 무선 마이크를 착용하고 무대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발표를 했다.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가 미국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를 흉내낸 게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다. 특히 황 대표가 최근 삭발을 해 머리가 짧은 것까지 잡스를 닮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민부론은 국가주도 경제 정책인 국부론(國富論)에서 시장주도 자유경제 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황 대표는 “대한민국이 중병에 걸렸다. 심각한 천민사회주의가 대한민국을 중독시키고 있다”며 “민부론은 대한민국 경제의 중병을 치료할 특효약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성장은 시대를 거스르는 실패한 정책이다. 그렇다고 과거의 낙수 정책이 새로운 시대의 비전이 될 수도 없다. 이제는 유수 정책이 필요하다”며 “지능자본이 사방으로 흘러넘치는 유수 경제, 협력, 공유, 개방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한민국을 대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203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를 달성, 가구당 연간 소득 1억원, 중산층 비율 70%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이를 위한 전략으로는 경제 활성화, 국가가 아닌 국민 중심의 경쟁력 강화, 자유로운 노동시장, 지속가능한 복지를 꼽았다. 구체적인 정책 과제로는 소득주도성장 폐기, 규제 개혁, 양자 통상체제 강화, 탈원전 폐기, 시장 중심 노동법으로의 전환, 노조의 사회적 책임 부과, 복지 포퓰리즘 방지 등 20개 항목을 제시했다.
노동정책에서는 유연함을 강조했다. 황 대표는 “주52시간제 강행으로 기업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다. 탄력근무제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대하겠다”며 “10%밖에 안 되는 대기업과 공공부문 귀족노조, 그리고 임금과 고용의 경직성이 우리 일자리를 파괴하고 있다. 90%의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우선하는 노동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또 최저임금 동결, 주택 분양가상한제 민간 확대 제한, 법인세율 인하, 기초연금 차등 지급 등 현 정부 정책과 상반되는 정책들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민부론이 2007년 더불어민주당에서 먼저 사용한 개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친노무현계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이사장이던 ‘사단법인 민부정책연구원’이 양극화 해소와 경제민주주의를 목표로 민부론을 내걸었다는 것이다. 연구원 이사였던 임근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상임이사는 “한국당이 민부론을 무단 도용하려고 한다. 민부론은 양극화 해소와 경제민주주의를 목표로 한다”며 “민부론을 모욕하지 말고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심희정 심우삼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