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에 태풍이라는 ‘복병’이 끼어들었다. 태풍이 몰고 온 많은 비가 소독약 등을 휩쓸어 갈 수 있다. 그나마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지역을 비롯한 경기도 북부는 태풍 영향권에서 다소 떨어져 있다. 남부 지방은 아예 처음부터 다시 방역을 해야 한다. 방역망 유지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방역대책회의를 열고 “비가 많이 오면 소독약·생석회가 씻겨나간다. 원점에서 다시 축사 안팎과 진입로를 대대적으로 소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한반도에 상륙한 17호 태풍 ‘타파’를 고려한 지시다. 농식품부는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자 전국 6300곳의 양돈농가를 일제 소독했었다.
다행인 건 태풍이 ‘중점관리지역’을 비켜갔다는 점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18일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지 2곳과 인근 지역을 묶어 6개 시·군(경기도 파주시·연천군과 포천·동두천·김포시, 강원도 철원군)을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중점관리지역에선 축산 관계자 이동이 제한된다. 다른 지역으로의 돼지 반출도 3주간 금지돼 있다.
22일 기준으로 66대의 소독차량이 중점관리지역에 집중 투입됐다. 방역에 효과가 있는 생석회 살포량은 다른 지역의 4배 가까운 1만7900포대에 이른다.
그러나 안심하기 이르다. 김 장관의 주문처럼 남부지방 축사는 처음부처 방역을 다시 해야 할 상황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2개 농장과 역학관계가 있는 양돈농가는 544곳에 이른다. 발생 농장에서 반경 10㎞ 이내에 위치하거나 발생 농장을 다녀간 차량이 방문했던 역학 관련 농장을 망라한 수치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