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 인도까지 아우르는 ‘남방 벨트’가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아세안 주요 5개국(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이 ‘세계의 공장’ 중국을 대체할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부상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들 국가는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 견고한 성장률, 내수시장 확대 등에 힘입어 외국인 투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 현지 내수시장 확보를 위한 투자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민일보는 오는 25일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향해: 미·중·일 넘어 신남방 벨트로’라는 주제로 ‘2019 국민미래포럼’을 연다.
한국은행은 22일 해외경제포커스에 ‘아세안 5국 외국인 직접투자 현황 및 향후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고 “아세안 5국으로의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아세안 5국의 역할 확대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아세안 5국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4.6%에서 지난해 5.5%로, 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3.5%에서 4.5%로 확대됐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아세안 5국의 GDP 평균 성장률은 다른 경제권보다 높은 5.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에 12개 유럽 신흥국(터키 헝가리 크로아티아 등)은 4% 초반, 브라질 아르헨니타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는 2% 성장률을 내는 데 그쳤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주요 7개국(G7)은 2%에 못 미쳤다.
한은은 아세안 5국이 높은 성장률을 보인 배경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외국인 직접투자에 주목했다. 2007년 약 337억 달러(40조524억원)였던 아세안 5국의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은 지난해 2배 수준인 약 686억 달러(81조5311억원)로 증가했다. 전 세계 및 신흥국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액 가운데 아세안 5국 비중은 각각 2009년 1.9%, 4.3%에서 지난해 5.3%, 9.3%로 커졌다.
최근 아세안 5국 투자를 주도하는 건 동아시아 국가들이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아세안 5개국에 유입된 전체 외국인 직접투자액 가운데 가장 많은 26.3%는 싱가포르에서 나왔다. 이어 일본(22.5%) 홍콩(10.7%) 중국(7.3%) 한국(7.1%) 순이었다. 투자 증가는 무역 연계성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세안 5국의 전체 교역 규모 중 동아시아 국가 비중은 2007년 59.7%에서 지난해 63.2%로 커졌다.
또한 아세안 5국이 중국을 대체하는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부상하면서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거점 구축 외에 내수시장 확보 목적의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이 ‘아세안 투자 전략’을 세울 때 조립·가공을 위한 해외 생산기지 구축 외에 내수시장 확보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강대국 간 경쟁과 다자 협력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전략적 부담을 낮추기 위한 협력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한국과 아세안에서 좁게는 미·중 무역분쟁, 넓게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충돌하는 상황”이라며 “힘을 합쳐 협상력을 높이고 이익을 지키는 협력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강창욱 임세정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