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정치적 마찰 속에도 경제 교류는 계속되어야”

입력 2019-09-22 20:40
황우여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중국 산둥성 웨이팡 루타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중·일 산업박람회’ 개막식 무대 위에 서 있다. 앞줄 왼쪽부터 런아이룽 산둥성 부성장, 황 전 부총리, 후이신안 웨이팡시 당위서기. 웨이팡시 제공

한·일 무역 갈등이 한창인 가운데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중국 산둥성 웨이팡시 루타이 컨벤션센터에서 ‘제5회 한·중·일 산업 박람회’가 열렸다. 한·중·일 참석자들은 동아시아의 정치적 마찰 속에서도 경제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무역협회와 중국 국제상회, 일본 국제무역촉진협회, 한·중·일 3국 협력 사무국, 산둥성 정부가 공동 주최한 이번 박람회엔 한·중·일 주요 인사 다수가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황우여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박진웅 주칭다오 총영사가 참석했다. 일본에서도 하마다 가즈유키 전 의원(참의원), 오쿠라 시게노부 국제무역촉진협회 부회장 등이 왔다.

이번 박람회에는 총 193개 기업이 전시관을 열었다. 일본의 파나소닉과 미쓰비시, 중국 화웨이 등 대기업들은 물론 생활용품을 파는 중소업체들도 대거 참가했다. 대회 주최측은 박람회를 통해 사업계약 25개가 체결됐고 투자 유치액은 145억44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산둥성은 중국 동부 연안이 서해 쪽으로 돌출된 지역이다. 한국은 물론 일본과도 가까워 칭다오와 옌타이 등 자유무역특별지구가 설정되기도 했다. 웨이팡시에도 한국 기업 수천 곳이 입주해 있다. 이 때문에 산둥성 정부는 한국, 일본과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업무를 맡는다. 한·중·일 3국이 출자해 운영하는 한·중·일 협력사무국이 박람회 공동 주최에 수년째 이름을 올린 것도 박람회의 이런 성격 때문이다.

하지만 박람회 분위기는 예년보다 다소 침체됐다. 미·중, 한·일이 무역 갈등을 벌이는 상태에서 박람회 흥행에도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람회 참석자들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발언을 남겼다. 황 전 부총리는 박람회와 함께 치러진 포럼에서 “자유무역·자유시장 경제가 정치적인 영향 아래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전 세계가 하나 되고 우리가 모두 하나 되면서 각자의 운명과 발전을 독려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총영사도 “무역 갈등이 심화하는 시기에 한·중·일 산업 협력을 논의하게 된 것은 매우 의미 있다”며 “대화는 우리의 갈등을 극복하고 새로운 발전을 만들며 협력은 우리의 힘을 합쳐 새로운 공동의 발전을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측 인사들도 민간교류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쿠라 부회장은 “정치적으로 어떤 풍랑을 겪어도 한·중·일 3국 간의 민간교류는 아주 안정적으로 하는 게 필요하다”며 “3국 간의 민간 경제 교류가 정치적인 그늘을 벗어나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풍귀 산둥성 무역촉진회장은 “이번 박람회는 한·중·일의 융합과 상생을 위해 개최됐다”며 “향후에도 오늘과 같은 대화의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웨이팡=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