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최초로 메이커스페이스를 개관한 조영주(56·사진) 관장은 비전과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기존의 도서관은 박제된 텍스트 위주의 지식 공간이었습니다. 앞으로의 도서관은 아이들을 위해 살아 움직이는 액티브한 공간으로 바꾸려 합니다. 무엇으로 깨어나 어떻게 성장할지 모르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알과 같은 아이들을 위해 성장 기대감을 갖게 하는 무한가능성의 알과 같은 장소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곳 메이커스페이스의 이름을 미래꿈희망창작소(미꿈소)라고 짓게 되었습니다. 이번 개관을 통해 아이들 미래의 꿈과 희망이 풍성하게 자라나고 깨어났으면 합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미꿈소를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2년여 전 처음 이곳에 부임하고 발전을 위한 다양한 조사를 하던 중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발견했다고 한다. 서울 강남이라는 지역적인 딜레마였다. 유동인구가 많은 유명지역의 중심에 있기에 화려하고 좋아 보이지만 인근 주택가에 아이들이 많지 않아 최적의 장소는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최대한 많은 아이들이 찾을 수 있는 장소가 되어줄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최적의 장소로 이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어린이나 청소년 관련 기관, 단체를 만나 교류하고 다양한 국내외 성공사례 조사를 통해 문제 해결에 대한 시선을 바꾸게 됐다. 많은 어린이·청소년이 방문하고 이용하는 성공적인 장소들의 가장 큰 이유는 지역적인 입지와 인구가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관심 분야와 이를 즐길 수 있는 충분한 콘텐츠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꿈소는 이러한 과정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아이들의 관심에 대해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메이커스페이스를 구축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기존의 메이커스페이스 공간들이 기술 교육 위주의 획일적인 공간으로 사용되며 기능을 상실해 죽은 공간이 되어 사라져버린 사례들을 발견하곤 이를 극복하려 다양한 연구와 시도를 했다.
그 결과로 ‘이야기가 있는 코딩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다. 기존의 교과서적인 기술교육이 아닌 도서관의 책과 장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도서관형 하이브리드 체험교육 프로그램’이다. 책을 먼저 읽고, 아이템을 정하고, 프로그램을 입력하고 만드는 4단계로 구성돼 있으며 동화를 읽듯 진행된다고 한다.
150여 국가가 모이는 세계도서관대회에 ‘이야기가 있는 코딩프로그램’을 소개, 독일 미국 등 선진국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과 칭찬을 받았고 각국의 강력한 보급요청으로 인해 다양한 언어로 준비하고 있다. 또한 4개의 추가 코딩프로그램도 올해 개발이 끝난다. 이외에도 다양한 도전과 노력이 모여 미꿈소 개관의 초석이 됐다.
조 관장이 도서관을 향해 열정을 다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아이들은 미래의 희망이자 꿈이기 때문이다. 둘째,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기능 때문이다. 공간의 운영, 프로그램개발 및 보급, 사서와 봉사자 교육, 어린이도서관 서비스 협의회 운영, 국가대표 교류협력기관으로서 역할 등을 수행해야 하기에 새로운 도전과 더불어 가능성을 확인하고 보급해야 하는 리딩 역할이 중요하다.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 전국에 확산시키고자 한다.
셋째, 공직생활 25년여 동안 ‘당장 떠날 듯이 준비하고 영원히 남을 것처럼 일하자’는 좌우명 때문이다. 조 관장은 “아이들이 오고 싶어하는 살아있는 도서관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마음과 신념이 꼭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임민택 드림업 기자 holoha@dreamupm.com